그럼 수수께끼의 그 의뢰인은 누구였을까? 그는 프란츠 폰 발제크 백작이었다. 백작은 1791년 2월 세상을 떠날 아내를 추모할 목적으로 [레퀴엠]을 주문했고 그것을 자신이 작곡했다고 하면서 1793년 12월 14일 자신의 지휘로 연주했다. 권력자가 음악가의 재능을 돈을 주고 자신의 것처럼 속이는 일은 18세기 당시에 비일비재했다고 한다. 이때 쥐스마이어는 [레퀴엠]을 자신이 추가로 작곡해 완성시켰음을 출판인 브라이트코프에 편지로 전해 확실히 했다. 어쨌든 [레퀴엠]은 완성되었지만, 이 작품을 진정한 모차르트의 작품으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다.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두 가지로 갈린다. 첫째는 쥐스마이어가 가필을 한 부분이 모차르트의 음악성을 생각해볼 때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비판과 그것을 정정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둘째는 쥐스마이어의 가필 자체가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것이고 그것을 그대로 옹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후 여러 개의 판본이 제각기 설득력 있는 주장을 내세우며 등장했다. 모차르트 [레퀴엠] 음반을 고를 때 판본에 유의해야 하는 까닭은 연주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곡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쥐스마이어를 옹호하면서 최소한의 변화만을 시도한 바이어 판, 아이블러가 보필한 부분을 강조한 로빈즈 랜던판, 쥐스마이어의 ‘상투스’와 ‘베네딕투스’를 아예 빼버린 대담한 리처드 몬더판, 쥐스마이어의 원래 부분을 고쳐쓴 로버트 레빈판이나 던컨 둘스판 등이 있다.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모차르트 [레퀴엠]은 보다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열린 텍스트’로 기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1곡 인트로이투스(입당송) ‘주여 영원한 안식을 그들에게 주시옵소서. 끝없는 빛을 그들의 머리 위로 비춰 주시옵소서. 우리의 기도를 들어 주시옵소서’라고 노래한다.
제2곡 키리에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 앞, 뒤 곡을 연결시키는 음악적 이음새 역할을 하며 첫 부분부터 장대한 합창이 전개된다. 알토, 베이스가 서로의 주제를 제시하면서 음악의 드라마틱한 효과가 증대된다.
제3곡 세쿠엔치아 (연속된 노래)
전반부 구성의 정점이라 할 수 있으며 모두 6부로 구성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