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 - 프리마돈나를 사랑한 괴신사 > 전해주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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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 프리마돈나를 사랑한 괴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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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16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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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10월 1일과 2일,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25주년 기념 공연이 런던 로얄 알버트 홀에서 펼쳐졌다. [오페라의 유령]의 속편인 [러브 네버 다이즈]에서 팬텀과 크리스틴 역을 맡았던 라민 카림루(Ramin Karimloo)와 시에라 보게스(Sierra Boggess)가 영광스러운 기념 무대에 올라 팬텀과 크리스틴을 연기하는 행운을 안았다. 1986년 영국 허 머제스티스 극장에서 초연된 [오페라의 유령]은 전세계 27개국 145개 도시에서 최소 15가지 언어로 공연됐고, 1억3천여 명의 관객이 유령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다. 지난 해 런던에서만 1만 회가 넘는 공연을 올리며 최다 공연 신기록을 세웠을 뿐만 아니라, 뉴욕 브로드웨이에서도 지난 2006년 [캣츠]의 7,486회 공연 기록을 깨면서 최장기 공연으로 기록되었다. 전 세계 모든 영화와 연극, 발레, 오페라 등 티켓을 판매하는 모든 종류의 작품을 다 합쳐도 도달하지 못할, 56억 달러(약 6조 3천억 원) 이상의 수익을 거둬들인 금세기 최고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지금 이 순간에도 매일 자신의 기록을 갱신하면서 그 명성을 과시하고 있다.
 
가면 속의 남자에 매료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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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은 프랑스 작가 가스통 르루가 1910년에 발표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흉측한 외모 때문에 어머니마저 가면을 던져줬던 비운의 음악 천재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박진감 넘치게 써 내려간 그의 소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영화 또는 드라마, 연극 등으로 소개되고 있었다. 그 중 켄 힐이 오페레타 형식으로 올린 [유령]에 자극받은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카메론 메킨토시에게 이 소설을 뮤지컬로 만들자고 제안하면서 모든 일이 시작됐다. 가면 속의 남자를 뮤지컬 무대에 세우고 싶었던 것은 앤드루 로이드 웨버뿐만이 아니었다. 뮤지컬 [나인]으로 토니상을 수상한 작곡가 모리 예스턴 역시 뮤지컬 작업을 계획하고 있었던 것. 자신의 아이디어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에게 전해져서 [오페라의 유령]이 탄생할 수 있었다는 모리 예스턴의 이야기는 믿거나 말거나지만, 유령에 대한 애정을 버릴 수 없었던 그는 작품을 계획한 지 10년 만인 1991년 1월 마침내 [유령]이라는 제목의 뮤지컬을 무대에 올렸고, [오페라의 유령]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갔다.
[오페라의 유령]을 뮤지컬로 제작하기로 한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카메론 메킨토시는 1984년 기자회견을 통해 그들의 계획을 밝혔다. 당시만 해도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지하 미로를 통한 추격을 소재로, 유명한 클래식 음악을 활용하면서 꼭 필요한 부분에만 새로 쓴 곡을 사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로 호흡을 맞췄던 연출가 짐 샤먼으로부터 ‘로맨스를 추가하고 새로운 음악을 작곡하는 것이 좋겠다’는 충고를 들은 후 원작 소설을 찾아 다시 읽기 시작했고, 죽음을 맞이하는 팬텀에게 크리스틴이 반지를 돌려주는, 소설 속의 로맨스를 따르기로 했다. 그에 필요한 새로운 곡을 쓰기로 한 것은 당연한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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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오페라 하우스 지하에 숨어 사는 음악의 천재. 여가수 크리스틴에게 사랑을 느낀다 (출처 : 클립서비스)
유령을 만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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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 해 6월 자신의 시드몬톤 집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처음으로 선보인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이 작품이 매우 로맨틱한 뮤지컬이 될 수 있음을 확신했다. 특히 무대디자이너 마리아 비요른슨이 선보인 떨어지는 샹들리에 장면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오페라의 유령] 제작에 힘을 얻은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에비타]의 연출을 맡았던 해롤드 프린스야말로 이 작품에 꼭 맞는 연출가라 생각했고, 시드몬톤 실황 테이프를 들은 해롤드 프린스는 그의 제안을 흔쾌히 승낙했다. [스타라이트 익스프레스]로 호흡을 맞췄던 리처드 스틸고어와 초안 가사 작업을 했던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원작 소설의 로맨틱한 부분을 살려줄 수 있는 또 다른 작사가가 필요해졌다. 하지만 새로운 작사가를 찾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그의 오랜 친구였던 작사가 앨런 제이 러너가 의욕적으로 작품에 합류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에비타]에서 함께 작업했던 팀 라이스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그는 신작 [체스]를 준비 중이라 함께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카메론 메킨토시는 신인 작사가를 찾아 나섰고, ‘비비언 엘리스 뮤지컬 작사가 대회’에서 발견한 25세의 신예 찰스 하트를 [오페라의 유령]의 새로운 작사가로 합류시켰다.

본격적으로 작품 준비에 들어간 해롤드 프린스는 장애인들과의 인터뷰를 담은 BBC의 다큐멘터리를 본 후 장애 때문에 왜곡된 팬텀의 인간성과 정상적인 팬텀의 성적 호기심을 강조할 것을 제안했고, 에로틱한 팬텀의 캐릭터는 마리아 비요른슨의 무대디자인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오페라의 유령]의 프로시니엄 무대를 둘러싼 금색 조각상은 마치 황홀경에 빠진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고, 직물의 패턴과 주름 역시 미스터리를 떠올리고 관능적인 질감을 느낄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디자인됐다. 작품에 마지막으로 합류한 안무가 질리언 린은 애초에 춤이 많지 않았던 [오페라의 유령]에 풍성한 볼거리를 채워갔다.
식지 않는 팬텀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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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10월 9일 첫 무대에 오른 [오페라의 유령]은 한 편의 뮤지컬이 제한된 무대 공간을 얼마만큼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확인시켜주었다. 가면 속에 감춰진 팬텀과 크리스틴, 라울의 안타까운 러브 스토리는 클래식하면서도 마음을 울리는 아름다운 음악과 무대 예술의 극치를 보여주는 환상적인 무대, 철저한 고증을 거친 화려한 의상 등의 볼거리에 힘입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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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의 가면을 벗긴 크리스틴 (출처 : 클립서비스)
[오페라의 유령]의 가장 큰 매력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대사 없이 음악만으로 이루어진 오페레타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누구나 쉽게 흥얼거릴 수 있을 정도로 대중적인 멜로디에 사람들의 마음이 녹아내렸다. 크리스틴을 납치한 팬텀이 지하 은신처로 노를 저어가면서 부르는 ‘The Phantom of the Opera’는 웅장한 파이프 오르간 연주와 더해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곡 후반 노래하라는 팬텀의 요구에 취한 듯 노래하는 크리스틴의 고음처리는 언제나 짜릿한 감동을 준다. 크리스틴의 청아한 음색이 돋보이는 ‘Think of Me’, 팬텀의 하이 바리톤 음성이 매력적인 ‘The Music of Night’, 팬텀을 피해 지붕으로 올라온 라울과 크리스틴이 함께 부르는 ‘All I Ask of You’ 등 주옥같은 명곡들이 극 중에 이어진다. 특히 The ‘Music of Night’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크리스틴 역을 맡은 아내 사라 브라이트만의 생일선물로 만든 노래로 알려져 있다. 마치 팬텀이 자신의 곡을 사랑하는 크리스틴에게 부르게 했듯이, 앤드루 로이드 웨버 역시 자신의 주옥같은 곡들을 아내를 통해 세상에 선보인 셈이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17층 규모의 파리 오페라 하우스를 그대로 재현한 무대도 빠질 수 없다. 특히 30만 개의 유리구슬로 제작된 500kg의 샹들리에는 [오페라의 유령]의 백미. 13m 높이의 천장에 매달려 있던 샹들리에가 앞쪽 객석을 통과해 무대 위로 곤두박질치는 1막 마지막 장면은 관객들이 가장 기다리는 순간이기도 하다. 자욱한 안개 사이로 솟아오른 281개의 촛불 사이로 팬텀과 크리스틴을 실은 나룻배가 등장하는 지하 호수 장면은 언제나 봐도 아름답다. 극 중 배우들의 의상은 19세기 말 파리 오페라 하우스의 의상을 그대로 고증한 것이다. 공연마다 230벌이 넘는 의상이 필요한데, 기본 의상에 망토와 가운, 숄 등을 다 포함하면 1000여 벌에 이를 정도. 공연 중에 20여 벌의 옷을 갈아입고 무대에 오르는 크리스틴을 보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