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야 도와줘! - 클래식 공연 에티켓 > 전해주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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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야 도와줘! - 클래식 공연 에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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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91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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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공연 이야기 하나. 지난 2008년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가 트론하임 솔로이스츠와 내한공연을 펼쳤다. 연주는 나무랄 데가 없었다. 바르토크 [디베르티멘토]의 정교한 연주로 포문을 열었던 노르웨이 출신의 연주단체 트론하임 솔로이스츠는 정상급 기교를 선보였다.문제는 박수였다. 3악장으로 구성된 디베르티멘토에서 악장이 끝날 때마다 박수가 나왔다. 곡을 아는 청중들이 눈치를 주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청중들은 세 악장 모두 박수를 쳤다.
열심히 박수친 것이 실례가 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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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인어를 연상시키는(모차르트 앨범 나올 때부터 S라인 드러나는 이 드레스를 선호한다) 특유의 흑색 드레스를 입고 안네 소피 무터가 등장하고 바흐 [바이올린 협주곡 BWV1042]를 연주했다. 상당히 정통적인 해석이었다. 그러나 여기서도 청중들은 악장이 끝날 때마다 ‘열심히’ 박수를 쳤다.
그럼 여기서 묻자. 왜 박수를 치면 안 될까? 악장 사이사이에 여운을 음미해야 하는데 박수 소리가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악장마다 박수를 치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다. 물론 옛날에는 악장마다 박수를 치기도 했다고 한다. 심지어 한두 악장을 통째로 앙코르를 했다는 기록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치지 않은 것은 하나의 정착된 에티켓으로 보아야 한다. 그럼 또 묻자. 처음 듣는 곡인데, 어디서 치는지 모르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박수를 언제 칠 지 모르면 연주자가 인사할 때 치면 된다.
다시 이야기를 돌리자. 안되겠다 싶었는지 안네 소피 무터가 손가락을 입에 가져갔다. ‘조용히 해 달라’고. ‘인사할 때 박수치자’는 것 하나만 알고 있었어도 음악회 분위기는 훨씬 나아지지 않았을까.
2부에 앞서 안내방송이 나왔다. “비발디 [사계]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개의 곡에 12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연주의 흐름에 방해가 될 수 있으니 악장 사이에는 박수를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 과연, ‘봄’ 1악장 끝나고 박수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저런, 봄 3악장 끝나고 박수가 또 나오는 거다. 청중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봄, 여름, 가을, 겨울 끝날 때마다 쳐 달라는 걸로 오해를 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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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 지난 그녀의 내한공연은 박수 에티켓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 기회를 주었다.
이날 청중들은 커튼콜에도 인색했다. 연주가 끝나면 연주자들이 최종적으로 퇴장할 때까지 (물론 연주가 마음에 드는 경우 얘기다. 형편없는 연주라면 야유를 보내도 무방하다.) 갈채를 보내는 것이 에티켓이다. 두 곡의 앙코르(여름 3악장, 겨울 2악장)이 끝났을 무렵에는 1층 좌석의 1/3가량이 비어 있었다. 결국 세 번째 앙코르였던 바흐는 성급한 청중들은 선채 듣거나 나가서 모니터로 들어야 했다. 어수선한 분위기만 아니었어도 훨씬 더 가슴을 촉촉이 적시는 연주로 다가왔을 것이다.
이날 음악회는 청중이 지켜야 할 매너에 대해서 생각하게 했다. 정작 박수를 쳐야 할 때는 안 치고, 치지 말아야 할 때는 친 셈이다. 그에 비해 연주는 아까울 정도로 훌륭했다. 안네 소피 무터의 내공이 느껴졌다. 곡을 한 손에 쥐고 있는 듯, 쥐락펴락 자유자재로 완급을 조절하는 모습은 과연 거장다웠다. 
에티켓을 언제 가르쳐주었나? 이제부터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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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터와 트론하임 솔로이스츠의 내한 공연과 에티켓에 대한 글을 인터넷에 올린 후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하나는 공연장에서 에티켓은 꼭 지켜져야 한다는 것. 다른 하나는 언제 그런 에티켓 가르쳐준 적 있냐는 볼멘 소리였다. 그건 그렇다. 학교 음악수업에서도 공연장 에티켓을 시험으로 본 기억이 나지 않는다(요즘은 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코너 첫 글의 주제를 ‘에티켓’으로 정했다.
원래 에티켓은 ‘붙이다’라는 뜻의 고대 프랑스어 동사 ‘Estiquier(에스티키에)’에서 유래한 말이다. 이것이 ‘나무 말뚝에 붙인 표찰’로 전이되었다가, 궁정과 사교계에서 특정 집단의 자의식을 드러내는 관례로 말뜻이 확대됐다. 기원이 어쨌든 간에, 예나 지금이나 에티켓은 '그 사람'을 드러내는 유무형의 인격적 표상임에 틀림없다. 남을 위한 배려라고는 하지만 결과는 ‘나’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메랑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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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공연의 기본적인 에티켓을 배우면 공연이 더 즐거워진다.
클래식 공연장의 에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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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감상하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다. 공연장 가기 전에 미리 공연에 대한 내용을 조금이라도 숙지하고 가야 한다. "뭘 보게 될까?"에 대한 기대가 없다면, 공연장에서 느끼고 오는 것도 적어지게 마련이다. 공연장은 정장 차림이 권장사항이지만 꼭 정장이 아니더라도 깔끔하고 요란하지 않은 차림이면 된다. 정장이라고 해서 폭이 넓은 드레스를 입고, 옆 사람의 자리까지 차지하고 앉으면 안 되겠다. 너무 불편한 옷을 입어 옷에 신경 쓰느라 공연이 끝난 후 무얼 봤는지 생각이 안 난다면 곤란할 것이다. 향수를 너무 진하지 않게 뿌리는 것도 필요하다. 알러지 있는 사람들이 공연 관람 내내 재채기를 한다.
음식물을 공연장 내에서 먹는 것은 곤란하다. 공연의 절정에서 후루룩, 쩝쩝, 바사삭 이런 음식물 소리가 들린다면 민폐다. 정 배가 고프다면, 미리 로비의 휴게실에서 먹고 들어가자. 그러나 로비에서 파는 음식들이 약간 가격이 비싼 것도 알아둬야 한다. 자리가 좀 비어 있을 때 보다 나은 빈자리가 있다고 해서 공연 시작 후에 여기저기서 우루루 이동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이것도 문제를 낳을 소지가 많다. 공연 중 원래 자리 주인이 들어왔을 때, 다른 자리로 이동하려면 다른 사람들에게 또 방해가 된다.
클래식 공연은 8세 미만 어린이는 입장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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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클래식 공연장 입장 가능 연령은 8세 이상, 취학 아동 이상으로 되어있다. 어린 아이들은 산만해지기 쉽다. 사실 그게 정상이다. 때문에 공연에 몰입한 주위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아직은 많지 않으나, 공연장 밖에 놀이방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예술의 전당, 세종문화회관, 성남 아트센터 등은 놀이방 시설이 잘 되어있다. 도우미가 있고 놀이기구도 있고, 간식도 준다. 예술의 전당의 경우 티켓 좌석번호를 기억해 뒀다가 돌발 사태가 나면 공연 중에라도 하우스 매니저에게 무전으로 연락해 아이의 부모를 호출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이런 시설이 있는지 미리 알아본다면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시설이 없는 곳이 아직은 대부분이다. 그럴 때는 다른 가족이나, 믿을 만한 사람에게 아이를 맡기고 공연장을 찾아야 되겠다.
어린이 음악회도 있다. 보통 36개월 이상 입장이 가능한데, 그런 공연이라도 양해를 구한 뒤 맨 뒷좌석에 앉아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 좋다. 아이들은 쉬 마렵다거나 아파서 졸라대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것이 아이도 생각하고 다른 사람도 배려하는 길이다. 어린 아이를 동반하면서 ‘얜 나이만 어리지 속이 깊어요. 얜 음악을 전공해요’라던지, 애견을 동반하면서 ‘우리 개는 교양 있어서 음악도 들어요’하며 애견 입장을 허용해달라고 떼쓰던 아주머니(실제로 있었다)도 생각난다.
박수를 언제 칠 지 모르면 연주자가 인사할 때 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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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는 곡의 시작과 끝에서만 친다. 악장 중간에는 치지 않는다.
공연에서의 박수에 대해서는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다. 박수는 곡의 시작과 끝(잘 모르면 연주자가 인사할 때)에서만 치면 된다. 그리고 공연이 마음에 들었다면 연주자가 마지막으로 퇴장할 때까지 아낌없이 갈채를 보내자. (클래식 공연 에티켓 2회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