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탄치 않은 출발
뮤지컬 [캣츠]의 시작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T.S 엘리엇의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는 여러 종류의 고양이들을 소개한 우화시집이다. 작품을 관통하는 하나의 이야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런저런 사연을 가진 고양이들을 엘리엇의 아름다운 시어로 그려낸 작품이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이 우화집을 토대로 뮤지컬을 제작하려고 했다. 그러자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조셉의 테크니칼라 드림코트], [에비타] 등에서 호흡을 맞췄던 작사가 팀 라이스는 참여할 수 없었다. 엘리엇의 시가 이미 뛰어난 가사였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에비타]를 함께 작업한 연출가 해롤드 프린스도 동참하지 못했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엘리엇의 우화 시집을 뮤지컬로 만들 것을 제안하자 해롤드 프린스는 관심을 보였지만 웨버하고는 생각이 달랐다. 해롤드 프린스는 엘리엇의 시에 등장하는 다양한 고양이들이 빅토리아 시대의 다양한 계급들의 유형적 인물을 상징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웨버는 이 작품을 사회적인 작품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할(해롤드 프린스의 애칭), 그들은 그저 고양이들일 뿐이야.” 웨버는 결국 그를 설득하지 못하고 다른 파트너를 찾아야 했다.
웨버의 [캣츠]호에 승선하게 된 이는 당시 [올리버], [마이 페어 레이디], [오 클라오마]를 성공시킨 젊은 프로듀서 카메론 메킨토시였다. (메킨토시는 [캣츠]의 성공 이후 [오페라의 유령], [레 미제라블], [미스 사이공] 등 뮤지컬 빅4를 모두 제작하게 된다.) 그는 웨버에게 로열 셰익스피어 극단의 연출가인 트레버 넌을 추천했다. 트레버 넌은 28살에 로얄 셰익스피어 극단의 예술감독에 오른 천재 연출가였다. 그러나 그는 이처럼 대형 상업극을 연출해본 경험이 없었다. 공연 관계자들은 무대에 온통 고양이 의상을 한 배우들이 뛰어 다니고, 상업극 경험이 없는 연출가가 제작하는 대형 뮤지컬이 성공할 리 없다고 여겼다. 게다가 공연장으로 선택한 뉴런던 시어터는 근 10년간 성공작을 올리지 못한 저주받은 공연장이었다. 당시 한창 주목받는 젊은 작곡가와 프로듀서가 제작했지만 공연을 올리기 전까지 투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애를 먹어야 했다. 악재는 계속 이어졌다. 주인공인 그리자벨라로 캐스팅한 대중적인 스타 주디 덴치가 연습 도중 부상을 당해 무대에 서지 못하게 된 것이다. [에비타]의 주연이었던 일레인 페이지를 급하게 섭외했지만 주디 덴치만큼 대중적인 호감을 주지는 못했다. 공연이 올라가고 우려한 대로 평단은 부정적인 비평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변이 벌어졌다. 지난 10년간 외면했던 뉴런던 시어터로 관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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