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츠 - 젤리클 무도회로의 초대 > 전해주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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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츠 - 젤리클 무도회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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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28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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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월 9일 [오페라의 유령] 공연장에 난데없이 [캣츠]의 고양이가 등장했다. 이 고양이는 유령 가면을 쓴 배우에게 지휘봉을 건네주고 사라졌다. [캣츠]가 그동안 지켜온 브로드웨이 최장기 공연 타이틀을 [오페라의 유령]에게 넘겨주는 특별한 이벤트였다. [캣츠]는 1982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한 이후 1997년부터 근 10년간 최장기 공연 기록을 이어갔다. 브로드웨이보다 1년 앞서 초연한 런던 프로덕션은 그보다 앞선 1989년부터 웨스트엔드 최장기 기록을 이어갔다. 웨스트엔드 공연은 무려 21년간 8,950회 공연을 올리고 막을 내렸다. [캣츠]의 캐치프레이즈는 ‘Now And Forever’였다. 작품을 본 감동이 영원히 지속된다는 의미도 담고 있지만 실제로 그만큼 장기공연을 기록한 작품이다. 고양이의 세계를 창조한 무대, 화려한 군무, 아름다운 노래로 [캣츠]는 공연 양대 산맥인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에서 흥행을 이어가며 소위 말하는 ‘뮤지컬 빅4’의 첫 자리를 차지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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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탄치 않은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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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캣츠]의 시작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T.S 엘리엇의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는 여러 종류의 고양이들을 소개한 우화시집이다. 작품을 관통하는 하나의 이야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런저런 사연을 가진 고양이들을 엘리엇의 아름다운 시어로 그려낸 작품이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이 우화집을 토대로 뮤지컬을 제작하려고 했다. 그러자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조셉의 테크니칼라 드림코트], [에비타] 등에서 호흡을 맞췄던 작사가 팀 라이스는 참여할 수 없었다. 엘리엇의 시가 이미 뛰어난 가사였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에비타]를 함께 작업한 연출가 해롤드 프린스도 동참하지 못했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엘리엇의 우화 시집을 뮤지컬로 만들 것을 제안하자 해롤드 프린스는 관심을 보였지만 웨버하고는 생각이 달랐다. 해롤드 프린스는 엘리엇의 시에 등장하는 다양한 고양이들이 빅토리아 시대의 다양한 계급들의 유형적 인물을 상징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웨버는 이 작품을 사회적인 작품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할(해롤드 프린스의 애칭), 그들은 그저 고양이들일 뿐이야.” 웨버는 결국 그를 설득하지 못하고 다른 파트너를 찾아야 했다.

웨버의 [캣츠]호에 승선하게 된 이는 당시 [올리버], [마이 페어 레이디], [오 클라오마]를 성공시킨 젊은 프로듀서 카메론 메킨토시였다. (메킨토시는 [캣츠]의 성공 이후 [오페라의 유령], [레 미제라블], [미스 사이공] 등 뮤지컬 빅4를 모두 제작하게 된다.) 그는 웨버에게 로열 셰익스피어 극단의 연출가인 트레버 넌을 추천했다. 트레버 넌은 28살에 로얄 셰익스피어 극단의 예술감독에 오른 천재 연출가였다. 그러나 그는 이처럼 대형 상업극을 연출해본 경험이 없었다. 공연 관계자들은 무대에 온통 고양이 의상을 한 배우들이 뛰어 다니고, 상업극 경험이 없는 연출가가 제작하는 대형 뮤지컬이 성공할 리 없다고 여겼다. 게다가 공연장으로 선택한 뉴런던 시어터는 근 10년간 성공작을 올리지 못한 저주받은 공연장이었다. 당시 한창 주목받는 젊은 작곡가와 프로듀서가 제작했지만 공연을 올리기 전까지 투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애를 먹어야 했다. 악재는 계속 이어졌다. 주인공인 그리자벨라로 캐스팅한 대중적인 스타 주디 덴치가 연습 도중 부상을 당해 무대에 서지 못하게 된 것이다. [에비타]의 주연이었던 일레인 페이지를 급하게 섭외했지만 주디 덴치만큼 대중적인 호감을 주지는 못했다. 공연이 올라가고 우려한 대로 평단은 부정적인 비평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변이 벌어졌다. 지난 10년간 외면했던 뉴런던 시어터로 관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완벽한 판타지의 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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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츠]의 성공은 제작자들조차 믿기 힘들었다. 런던 프로덕션은 공연 개막을 앞두고 간신히 투자금을 모을 수 있었지만, 다음해 브로드웨이로 무대를 옮길 때는 사전 예매만 620만 달러를 기록할 정도로 대단한 관심을 받았다.
[캣츠]가 최장기 공연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T.S 엘리엇의 우화집을 판타지로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트레버 넌은 우화집을 관통하는 중심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고양이는 아홉 개의 삶을 산다’는 서양 속담에서 착안해 새로운 삶을 선택받는 젤리클 무도회를 생각해냈다. 웨버는 개성 강한 고양이들의 특성을 음악적으로 드러날 수 있도록 다양한 스타일의 곡을 구사했다. 바람둥이 고양이 럼 텀 터거는 롤링스톤즈의 록 음악 풍으로 표현하고, 악당 고양이 맥캐버티의 노래는 서스펜스가 느껴지는 헨리 맨시니의 ‘핑크팬더’ 풍으로 꾸몄다.
선지자 고양이 올드 듀터로노미의 노래는 오페라 [마술피리]의 ‘자라스트로’의 곡을 떠올리게 하는 멜로디로 개성을 드러냈다. 웨버의 노래는 개성 넘치는 고양이들의 특성을 잘 드러냈지만 트레버 넌은 클라이맥스를 장식할 노래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엘리엇의 ‘Rhapsody On a Windy Night’이란 시를 개사해서 가사를 만들었고 웨버는 이 가사에 푸치니의 아리아를 연상시키는 곡을 붙였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캣츠]의 대표곡인 ‘메모리’이다. ‘메모리’는 [캣츠]를 상징하는 곡으로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를 비롯 100여 명이 넘는 가수들이 리메이크하는 등 아름다운 선율과 감동적인 가사는 노래 자체로 아티스트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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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고 외로운 고양이 그리자벨라 (출처 : 클립서비스)
[캣츠]는 무대 위에 고양이의 세계를 완벽하게 구현해서 아동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성인들까지도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어냈다. [캣츠] 배우들은 분장이 끝나면 어떠한 이유에서도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되고 고양이로서 행동하는 것이 철칙이다. 인터미션 시간에 객석을 돌아다닐 때는 물론이고, 공연 도중 객석 출입구에서 등장하기 위해 로비에서 대기할 때도 그들은 한 마리의 고양이로 행동한다. 완벽한 고양이로의 변신을 위해 의상 제작에 1톤이 넘는 야크털을 사용하였으며, 수백통의 아이라이너가 분장 도구로 소모됐다.
고양이의 세계를 창조하기 위한 노력은 무대에서부터 비롯됐다. 로열 셰익스피어 극단에서 연출가 트레버 넌과 함께 작업했던 무대디자이너 존 나피어는 무대로 실제 고양이의 눈으로 본 세계를 만들어냈다. 엘리엇의 유명한 시 ‘황무지’에서 착안해 쓰레기장을 무대로 삼은 존 나피어는 고양이의 시각에서 본 세상을 재현했다. 고양이의 시각으로는 실제 사물보다 크게 보이는 것을 착안해 무대소품으로 쓰이는 폐타이어, 구두, 타자기 등을 실제 크기보다 3배에서 10배까지 크게 제작했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무대 소품들은 고양이 세계라는 판타지를 충족시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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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와 섹시한 몸매로 여자 고양이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럼 텀 터거 (출처 : 클립서비스)
고양이의 움직임을 클래식한 발레로 승화시킨 질리안 린의 안무 역시 판타지를 창조하는 데 일조했다. 재즈와 클래식을 접목시킨 질리안 린은 고양이의 움직임을 연상시키면서도 예술적으로 아름다운 춤을 선보였다. ‘젤리클 송’에서는 여러 마리 고양이가 경쾌한 재즈 댄스를 선보이고, 하얀 빅토리아 고양이의 춤은 달빛 아래 나른하게 기지개를 껴는 듯한 동작을, 발레를 응용해 우아하면서도 도도한 고양이의 움직임을 표현했다. 또한 기계체조, 아크로배틱 등 역동적인 동작을 적절히 활용해 활기 넘치는 장면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아티스트의 노력으로 [캣츠]를 보면 고양이들의 세상을 방문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이 작품이 수십 년간 롱런 하면서 지금까지도 사랑받을 수 있는 힘은 동화 속에서 상상했던 판타지를 무대 위에서 직접 확인시켜주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