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기 때문에 논리학은 학문을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논리학적 지식만으로 학문을 할 수는 없지만, 논리학의 지식 없이는 학문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논리학은 흔히 형식과학(formal science)이라고 일컬어진다. 그러나 그 말을 논리학이 외부 세계와 완전히 구별되는, 오직 인간 사유의 형식과만 관련된다는 뜻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은 증명의 형식에 관심을 갖는다는 점에서 형식과학임에 분명하지만, 그는 논리학이 과학적 증명의 결론을 통해서 외부 세계에 대한 지식을 제공해 준다고 믿었다. 그러므로 그의 논리학은 그 자체로 사유형식에 대한 분석일 뿐만 아니라, 논리학의 대상이 되는 사유는 현실에 대한 사유이고 그 사유의 결과는 현실에 대한 지식을 확보해 주는 것이다. 요컨대 그는 논리학을 과학적 탐구에서 필요한 증명 형식에 대해서 분석하는 학문으로, 모든 학문의 도구로, 세 가지 종류의 학문과는 위상이 다른, 모든 학문의 예비학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물론 아리스토텔레스 이전에도 논리적인 추론을 훌륭하게 수행한 많은 철학자들이 있었고, 분명히 그들도 올바른 추론의 기준을 이해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오르가논]이야말로 올바른 추론에 관한 원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발전시킨 최초의 저술임에 분명하고, 그런 의미에서 아리스토텔레스를 논리학의 창시자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 이후의 새로운 논리학이 등장하기까지는 2000년의 세월을 기다려야 했다.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2000년 동안의 논리학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이 전부였다고 말해도 전혀 과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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