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론이란 인간의 행위에 목적이 있고, 인공물이 존재의 목적이 있는 것처럼 자연현상에도 발생의 목적이 있고, 자연물에도 존재의 목적이 있다는 입장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에 따르면, 모든 사물은 그 사물이 존재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고, 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변화와 운동의 원리를 그 안에 담고 있다. 조각가에 의해서 다윗 상으로 변한 대리석은 그 자체 안에 이미 다윗 상의 형상을 지니고 있었고, 그것이 바로 그 대리석의 존재 목적이다. 그리고 대리석은 존재 목적인 다윗 상이 되기 위한 변화의 원리를 그 안에 담고 있었고, 조각가는 그것을 실현해낸 것이다. 결국 대리석 덩어리에는 다윗 상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그러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운동과 변화를 어떻게 설명할까? 운동의 주체는 현실계에 존재하는 구체적 대상이다. 차가움 자체가 뜨거움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여기 있던 찬 물이 뜨거운 물로 변한 것이다. 그리고 운동의 내용은 그 대상이 가진 형상의 변화이다. 대리석 자체가 다른 무엇으로 변한 것이 아니라, 대리석 덩어리가 멋진 ‘다윗 상’으로 변한 것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실태’와 ‘가능태’ 개념을 도입한다. 대리석 덩어리는 그 자체로 질료와 형상을 지니고 있는 복합체였는데, 그 질료가 다른 형상(다윗의 모습)을 획득함으로써 다윗 상이 된다. 그러니까 대리석 덩어리는 다윗 상의 가능태이고, 다윗 상은 그 대리석 덩어리의 현실태이다. 가능태는 현실태의 형상을 결여하고 있는 존재 상태를 말하고, 가능태는 결여된 형상을 획득함으로써 현실태가 되는 것이다. 또 상수리는 상수리 나무의 가능태이고, 상수리 나무는 상수리의 현실태이다. 즉 상수리의 질료에는 상수리 나무가 될 가능성이 포함되어 있다. 요컨대 운동이란 가능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현실화되는 것, 즉 가능태로부터 현실태로의 이행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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