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이재와 추사는 사람들이 말하는 석교(石交: 금석처럼 두텁고 견고한 우정) 사이이다 서로 만나면 정치적 득실과 인물의 시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영리와 재물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는다. 다만 고금에 대해 이야기하고 서화를 품평할 뿐이다.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문득 슬퍼하며 실성한 듯하였다(…)도장은 그 사람의 성명과 자호가 모두 그곳에 있으니 마치 그 사람을 볼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옛 그림 하나를 구하면 오른쪽 왼쪽 여백에 모두 두 사람의 도장을 찍어 얼굴을 대신하는 자료로 여겼다. 그러면 만나지 않는 날이 하루도 없다고 해도 될 것이다”
當黙而黙, 近乎時, 當笑而笑, 近乎中. 周旋可否之間, 屈伸消長之際. 動而不悖於天理, 靜而不拂乎人情. 黙笑之義, 大矣哉. 不言而喩, 何傷乎黙. 得中而發, 何患乎笑. 勉之哉. 吾惟自況, 而知其免夫矣. 黙笑居士自讚
침묵해야 할 때 침묵한다면 시중(時中: 그 때의 사정에 따라 적절하게 처신하는 일)에 가깝고, 웃어야 할 때 웃는다면 중용(中庸: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똑바름)에 가깝다.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가 온다거나, 세상에서 벼슬하거나 아니면 은거를 결심할 시기가 온다. 이러한 경우 행동할 때는 천리(天理)를 위반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는 인정(人情)을 거스르지 않는다. 침묵할 때 침묵을 지키고, 웃을 때 웃는다는 의미는 대단하다. 말을 하지 않더라도 나의 뜻을 알릴 수 있으니 침묵을 한들 무슨 상관이 있으랴! 중용의 도를 터득하여 감정을 발산하는데 웃는다 한들 무슨 걱정이 되랴! 힘쓸지어다. 나 자신의 상황을 생각한다면 화는 면할 수 있음을 알겠다. 묵소거사가 자신을 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