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에 녹아 있는 클래식 용어 > 전해주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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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에 녹아 있는 클래식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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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28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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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과장은 매일 ‘음정의 반올림(#, the sharp)’이라는 이름의 아파트에서 ‘보통 3악장으로 된 기악곡 양식(sonata)’이란 차를 몰고 출근한다. 그는 ‘대지휘자(maestro)’라는 양복을 입고 있다. 한편 박대리는 ‘강하게(forte)’라는 차를 타고 ‘노래하듯이(Cantabile)’란 아파트로 퇴근한다. 그녀의 차에는 마시다 남긴 ‘바로크 시대 성악곡 양식(cantata)’이란 캔커피가 놓여 있다.
김과장이 고다니는 차 ‘소나타’는 무슨 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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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 녹아있는 음악 용어는 음악이 주는 무한한 매력과 관계가 있다. 보이지도 않고 잡히지도 않는 음악이지만, 귓가에 들려온 숭고하거나 멋지고 아름다운 경험은 영원으로 이어질 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음악용어는 의사소통을 위한 언어이다. 그렇기에 늘 주고받는 지폐처럼 확고한 약속을 바탕으로 한다.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애호가가 음악용어라는 ‘낯선 지폐’와 맞닥뜨리게 될 경우는 주로 연주리뷰나 음반 해설지 등에서 음악에 관한 정보를 접할 때가 아닐까 한다. 이번 ‘음악용어 여행’에서는 그러한 낯선 기분을 느낄 때를 직접적인 예를 들어 살펴보기로 한다. 본문에 인용한 지문은 필자가 쓰거나 번역한 글 중에서 골랐다.
1. 소나타
소나타 형식(sonata form)은 두 가지가 있다. 곡의 형식과 악식상의 용어가 그것이다. 일단 곡의 형식으로서의 소나타는 고전파 음악 시대부터 광범위하게 사용된 형식이다. 소나타라는 명칭이 붙은 곡은 16세기 중엽에 출현한 이래 오늘날까지 수없이 작곡되어 왔으나 형식과 내용은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면 바로크 시대에 애호되었던 ‘교회 소나타’와 고전파의 소나타 사이에는 형식상의 공통점은 하나도 없다. 또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일지라도 작곡가에 따라 그 구조도 아주 다르게 나타난다. 사실 소나타는 이탈리아어의 ‘Sonare’(울린다 또는 연주한다는 뜻)라고 하는 추상적인 말에서 연유했을 뿐 어떤 구체적인 양식이라든가 구조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악식상의 용어로 쓰이는 소나타는 특정 구조를 가진 음악적 형식을 뜻한다. 제시부, 전개부, 재현부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는 형식을 말하며 보통 교향곡, 실내악 등의 1악장은 대부분 소나타 형식으로 되어 있다. ‘제1악장 형식’ 또는 ‘소나타 알레그로 형식’ 이라고 불려지듯이 1악장은 원칙적으로 소나타 형식으로 씌어진다. 그러나 느린 악장이나 마지막 악장에도 곧잘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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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타, 포르테, 액센트처럼 자동차명에도 음악용어가 흔히 쓰인다.
2. 론도
소나타와 더불어 론도(Rondo)도 우리가 자주 접하는 음악용어다. 론도는 소나타 형식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론도는 어떤 주제가 여러번 반복되는 동안에 그 사이사이에 이와 대조되는 제 2주제를 끼워서 연주하는 형식이다. 즉 A-B-A-C-A-B-A와 같이 A주제 사이에 B,C의 에피소드를 넣는 형식을 가진다. 때때로 고전파의 소나타, 교향곡, 협주곡 등 비르투오소적이며 밝고 화사한 종악장으로 쓰였다. 대부분 론도의 주제는 흐르는 듯한 가벼움과 쾌활한 성격을 가지고 있고 알레그로(빠르게) 템포로 되어있다. ‘론도 형식’으로 작곡된 곡을 그냥 론도라고도 한다. 론도는 비르투오소적인 종악장에 종종 사용되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 비르투오소는 무슨 뜻일까?
3. 비르투오소
슈베르트는 슈스터를 위해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작곡했는데, 슈스터는 아르페지오네의 비르투오소였어요. 그러므로 화려한 면도 배려를 해야 하죠. 이 곡의 악보가 처음 출판됐을 때 아르페지오네와 첼로 악보가 함께 나왔습니다. 결국 첼로와 가장 가까운 악기였다는 것이 당시에도 받아들여졌다는 얘기가 됩니다.
- 첼리스트 양성원 인터뷰 중
연주가를 설명할 때 비르투오소(virtuoso)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이 말은 본래는 ‘덕(virtue)이 있다’는 뜻. 그리고 지식이 많은 학자와 기교(테크닉)가 뛰어난 연주가를 모두 지칭했었지만 지금은 장인적인 테크닉과 더불어 심오한 예술성을 겸비한 연주가를 말한다.
비르투오소가 발휘하는 묘기를 ‘비르투오시티(virtuosity)’라 하는데 이 역시 리뷰에서 종종 쓰인다. 협주곡의 카덴차 부분은 연주자의 화려한 기교가 맘껏 발휘되는 부분이다. 그럼 카덴차는 무슨 뜻일까? 다음의 예문을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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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르투오소는 심오하고 현란한 연주기교를 선보이는 연주자를 뜻하는 말이다.
19세기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는 '악마의 연주자'라고 불릴만큼
천재적인 연주 기교를 선보인 연주자였다.
4. 카덴차
형용하기 힘든 그윽하고 우아한 고음이 허공에 감돌았다. 1악장에서 마치 들뜬 것처럼 약간 음정이 올라간 상태로 튜닝됐던 것과 카덴차에서의 사소한 미스를 제외하면 즈나이더의 연주는 너무나 익숙한 이 곡에 또 다른 개성 있는 지평을 마련해 주었다. 힘을 뺀 절제와 허를 찌르는 날렵함이 있었던 차이콥스키였다.
- 즈나이더 협연 워싱턴 내셔널 심포니 내한공연 리뷰 중
‘카덴차(cadenza)’는 화려한 기교가 요구되는 자유로운 무반주 부분으로, 카덴차 디 브라부라(숙련의 카덴차), 카덴차 피오리투라(개화의 카덴차)의 줄임말이다. 기악곡에서는 보통 협주곡의 1악장 및 종악장에, 독창곡에서는 콜로라투라의 아리아에 들어있다. 오늘날에는 같은 곡이라 해도 작곡가나 후대의 대연주가가 남긴 여러 가지 카덴차를 연주자 임의로 선택해 연주하고 있다.
5. 아고긱
첼리스트 오프라 하노이의 연주는 엄격하기보다는 따스하다. 향수 어린 분위기를 담은 독특한 서정미가 특색이다. 그녀는 아름다운 음을 풍부한 음악성으로 표현하는 연주가다. 연주 양식은 직선적이 아니라 아고긱을 많이 사용하는 분위기 있는 것이어서 독특한 색채가 감돈다. - 오프라 하노이 음반 리뷰 중
아고긱(agogic) 혹은 아고긱스는 연주를 하는 데 있어서의 템포(속도) 표현법을 말한다. 속도 변화에 따른 표정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agoge’에서 유래했다. 연주할 때 엄격한 템포와 리듬에 미묘한 변화를 붙여서 색채감을 풍부하게 하는 방법을 말한다. 아고긱을 잘 쓰면 기계적이지 않고 살아있는 연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랄렌탄도(rallentando, 점점 느리게), 아첼레란도(accelerando 점점 빠르게), 템포 루바토(tempo rubato, 템포를 자유롭게 가감하여 연주) 등이 있다. 특히 템포 루바토의 원뜻은 ‘도둑맞은 템포’인데, 연주자가 정확한 박자에 얽매이지 않고 개성을 표출할 수 있으므로 매우 중요하다. 특히 쇼팽의 음악에서 템포 루바토의 사용이 두드러진다.
6. 라이트모티프
음악용어 중 재밌는 것 중 하나는 라이트모티프(leitmotiv)다. 라이트모티프는 바그너 음악에서 자주 발견되는데 현재는 드라마와 영화에서 ‘수퍼맨의 테마’, ‘영서의 테마’ 같은 테마 음악으로 자주 쓰인다. 다음의 예문을 살펴보자.
‘바그너 101’ 토크에서 음악 감독인 제임스 콘론은 공들여 자신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디테일을 듣는 귀, 그리고 각각의 라이트모티브에 불어넣은 자신의 의도에 대해서 정성들여 설명했다. 바그너가 스코어에 써넣은 것에 생명을 부여하고 사운드를 조각해서 거의 육화시킨 상태로 빚어내리라 선언했다. 유감스럽게도 그 뒤의 현실은 그것이 단지 말에 지나지 않았음을 확인시켜주었을 뿐이다.
- 2009년 2월 LA 바그너 오페라 ‘라인의 황금’ 리뷰 중에서
여기서 라이트모티프란 바그너 후기 악극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기본적인 작곡기법을 말한다. 음악의 모티프(동기)에 의해서 어떤 인물이나 장면, 생각 등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 모티프를 들으면 자동적으로 그 인물이 떠오르게 되는 셈이다. 라이트모티프는 그 장면의 성격에 따라 리듬이나 음정 등이 자유롭게 변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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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모티브란 음악을 통해 인물, 상황, 장면을 표현하는 음악적 모티브를
일컫는다. 영화나 드라마 속 특정 상황마다 흘러나오는 반복적인 선율을
생각하면 된다. 헐리우드 영화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작곡방식이다.
7. 프레이징
두다멜 지휘, 시몬 볼리바르 오케스트라의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과 [7번]을 담은 음반은 과거 크리스티안 틸레만이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같은 곡들을 연주해 담은 DG 음반 이상으로 선풍적인 관심을 끌어 모았다. 상쾌한 프레이징과 고급스런 음색, 강렬한 다이내미즘과 치밀한 앙상블, 특히 [교향곡 7번]에서의 비상하는 듯 자유롭고 탁 트인 해방감은 듣는 이로 하여금 연주하는 이들이 16세에서 20세 사이의 청소년들이란 사실을 믿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
- 시몬 볼리바르 오케스트라 공연 프리뷰 중
위 예문에서 프레이즈(phrase, 악구)란 선율선의 자연스런 구분을 말한다. 짧은 프레이즈는 ‘어구’에 해당되며, 긴 프레이즈는 ‘문장’ 단위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프레이즈를 나누는 방법, 표현하고 해석하는 과정 자체가 바로 프레이징이다. 곡의 해석상 프레이징은 미세한 것이긴 하나 매우 중요하다. 언어에 있어서 “바둑이가 방에 들어갔다”를 “바둑이 가방에 들어갔다”로 구분하면 틀린 것이 되듯이 음악도 어느 부분에서 잘 매듭을 짓고 넘어가느냐가 중요하다. 프레이징은 아티큘레이션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다음의 리처드 용재 오닐의 인터뷰 중 한 장면을 살펴보자.
8. 아티큘레이션
현재 우리는 바로크 음악에 대해 50년 전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으며 바로크 음악의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는 훌륭한 앙상블도 많이 존재한다. 제미니아니의 논문을 통해 꾸밈음이나 박자의 서열, 아티큘레이션의 법칙, 통주저음의 해석 등을 이해하게 되며 많은 것을 배웠다.
- 리처드 용재 오닐 인터뷰 중에서
한 문장을 살펴볼 때 단어들 사이의 띄어쓰기가 중요한 것처럼 프레이징 또한 아티큘레이션(articulation)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아티큘레이션은 한 음 또는 여러 음을 결합하거나 분리하는 것 등 효과적으로 연주하기 위한 여러가지 ‘방법’을 정의한 용어로, 음악의 표현을 규정한다.
기본적인 아티큘레이션의 종류로는 레가토(legato, 둘 이상의 음을 부드럽게 이어 연주), 스타카토(staccato, 한 음 한 음 또렷이 끊어 연주), 포르타멘토(Portamento, 한 음에서 다른 음으로 옮겨갈 때 미끄러지듯이 연주), 글리산도(glissando, 높이가 다른 두 음 을 계속해서 연주하며 첫 음에서 다음 음으로 진행할 때 두 음 간에 잠재하는 모든 음을 거쳐 미끄러지듯이 끝까지 이르는 주법), 마르카토(marcato, 음 하나하나를 명확히 강조하여 또렷이 나타냄) 등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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띄어쓰기가 '바둑이가 방에' '바둑이 가방에'처럼 문장의 의미를 구분하듯
음악의 프레이징은 악구를 나누어 선율을 만들어가는 방식을 뜻한다.
지금까지 실제 예를 들어가며 음악용어를 찾아보았다. 부담스럽고 생소한 용어들, 그리고 말로는 뚜렷하게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는 걸 느끼셨을 것이다. 말로써 힘든 부분도 계속 음악을 들으면서 접하다 보면 무릎을 탁 치게 될지도 모른다. 음악 애호가의 길에서 만나는 음악용어는 ‘장기전’의 대상이다. 용어는 이해를 돕기 위해 존재한다는 점을 상기하고 그들과 친구가 된다면, 처음에는 이름 모를 나라의 지폐 같았던 음악용어들이 어느덧 크기와 색깔만으로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을 때가 다가올 것이다.
오늘 배운 음악용어를 복습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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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르투오소
소나타
아고긱
랄렌탄도
아첼레란도
템포 루바토
카덴차
론도
라이트모티프
프레이징
레가토
스타카토
포르타멘토
글리산도
마르카토
장인적인 테크닉과 더불어 심오한 예술성을 겸비한 연주가
제시부, 전개부, 재현부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는 형식
템포와 리듬에 미묘한 변화를 붙여서 색채감을 풍부하게 하는 연주 방법
점점 느리게
점점 빠르게
템포를 자유롭게 가감하여 연주하는 방식
협주곡의 마지막 종지부에서 화려한 기교가 요구되는 자유로운 무반주 부분
음악의 주제가 삽입부를 사이에 두고 반복하여 나타나는 형식
음악의 모티프(동기)에 의해서 어떤 인물이나 장면, 생각 등을 표현하는 것
선율을 만들기 위해 선율선을 자연스럽게 매듭짓는 방식
둘 이상의 음을 부드럽게 이어 연주
한 음 한 음 또렷이 끊어 연주
한 음에서 다른 음으로 옮겨갈 때 미끄러지듯이 연주
높이가 다른 두 음 을 계속해서 연주 중 첫 음에서 다음 음으로 진행할 때 모든 음을 거쳐서 끝의 음에 이르는 주법
음 하나 하나를 강조하여 또렷이 나타내는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