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를 외쳐봐! - 클래식 공연 에티켓 > 전해주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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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보를 외쳐봐! - 클래식 공연 에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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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45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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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지난 워밍업용 객관식 문제의 정답을 풀고 넘어가자. 문제는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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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4번이다. 여자친구에게 친절한 건 나쁘지 않지만, 꼭 설명해야 할 것은 인터미션(공연간 쉬는 시간)이나 공연 전에 미리 알려줬어야 한다. 아무리 귓속말이라도 장황하게 설명하면 옆사람, 앞뒤 사람에게 방해되기 마련이다. 공연장은 둘 만이 전세 낸 자리가 아니다. 보기 2번의 늦었을 경우는 안내원의 지시에 따르면 되지만 뒤늦게 좌석을 찾는 행위는 그 시간이 길어질 경우 어수선한 분위기를 연출해 역시 주위 사람에게 폐를 끼치게 된다. 보기 3번의 경우는 상관없지만 요새 디카나 폰카로 느닷없이 촬영을 하곤 하는데 요원들이 일일이 제지하러 다녀도 일손이 모자랄 지경이다. 공연 중 촬영은 절대 금물이다. 연주자가 깜짝 놀라거나 해서 연주에 영향을 미친다. 좋은 연주 보러 온 청중에게는 자기 손해다. 꼭 찍고 싶다면 나중에 연주 끝나고 홀 바깥에서 사인회 할 때를 기다리는 것이 올바른 에티켓이다.
오페라 감상시의 에티켓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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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에서는 오페라 공연 감상시의 에티켓부터 알아보자. 오페라는 노래 부분과 대사, 레치타티보(아리아에 앞선 서창, 인물이 처한 상황 등을 알려준다), 오케스트라 연주만으로 나오는 서곡과 간주곡 등으로 구성된다. 순수한 연주용 악곡들은 악장마다 박수를 치지 않지만 오페라는 막이 끝날 때마다 따뜻한 박수를 보내는 것이 좋다. 아리아, 중창, 합창 등 중간 연주가 훌륭할 때 갈채는 보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작품 속 흐름이 모호하거나 연주가가 계속 연주를 끌어나갈 때는 조용히 경청하는 것이 좋다.
특히 초보자의 경우 오페라의 음악적인 효과를 현장에서 이해하고 감동하기는 더더욱 힘들게 마련. 귀에 익숙한 선율일수록 감동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오페라를 보러가기 전 어느 정도의 준비가 되어있으면 이해하는데 유리하다. 이 사실은 유리창 들여다보듯 명백한 일이다. 사전 준비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 방법 중 하나는 전곡 음반을 대본과 함께 감상해 본다면 효과적일 것이다. 대체로 음반에는 대본이 포함되어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인터넷에서 대본을 구해 감상할 수도 있다. 그중에서 중요한 것은 주요 아리아를 많이 들어서 익혀놓는 것이다. 아리아는 오페라의 꽃이라고 불릴 만큼 핵심적인 요소다. 아리아가 귀에 익은 상태라면 오페라 전체의 요점 정리를 잘 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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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는 아리아, 중창, 합창 등 중간 연주가 훌륭할 때
갈채는 보내는 경우도 있다.
오페라 감상에 일정한 틀이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때문에 우선 관심이 가는 분야로 시작해서 조금씩 영역을 넓혀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 주위에는 아리아에 흥미를 갖기 시작해서 발췌곡을 즐겨 듣다가 오페라 전곡을 암송하다시피하게 된 애호가도 있다. 오페라는 독창과 합창, 중창 등 성악적 요소, 동작에 곁들여지는 레치타티보의 연극적 효과를 비롯하여 오케스트라 연주, 발레 등 독립된 여러 형태가 공존하는 종합예술의 무대다. 그런 까닭에 오페라만큼 뒤에서 지탱하는 인원이 많이 필요한 음악 장르도 없다.
관객은 흔히 주인공을 맡은 가수들과 연출자에만 관심을 보이기 쉬운데 이들만으로는 결코 오페라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요즘은 상황 설정이나 무대 자체도 커다란 센세이션을 가져온다. 가령 [카르멘] 무대를 21세기 뉴욕으로 배경을 옮기거나, 돈 조반니를 방탕한 재벌 2세로 그리는 흥미로운 설정이 그것인데, 그런 연출을 접할 때마다 마천루가 즐비한 21세기에도 ‘오페라는 살아있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탈리아어로 브라보는 ‘잘한다, 좋아’ 등의 갈채를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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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에티켓 관련 글을 쓰면서 주로 금지 위주의 부정적이고 수동적인 태도에 대해 서술했던 것 같다. 공연은 연주가와 청중이 상호작용을 하는 장이다. 때로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도를 개진할 수 있는 것이다. 단, 에티켓이 허용하는 테두리 안에서. 이해를 돕기 위해 객관식 문제 하나를 풀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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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3번 브라비다. 탁월하게 해석한 무대 위의 주체가 남성일 경우 브라보(Bravo), 여성일 경우 브라바(Brava), 남녀 혼성이나 단체일 경우에는 브라비(Bravi)를 쓴다. 일찍이 오페라의 언어였던 이탈리아어로 브라보, 브라바, 브라비는 각각 ‘잘한다, 좋아’ 등의 뜻을 지닌 갈채를 의미한다. 이런 갈채는 발레에서도 마찬가지다. 발레리노일 경우 브라보, 발레리나는 브라바, 혼성일 경우 브라비 하고 갈채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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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와 테너 쥬세페 디 스테파노가 공연후 광객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연주회장에서 보면 허밍으로 곡의 멜로디를 따라 부르는 관객이 간혹 있다. 그러나 이것은 옆사람에게는 고역이다. 아예 악보를 펴놓고 넘기면서 지휘하는 것도 옆자리의 다른 청중들에게 민폐다. 여운을 깨는 박수도 문제다.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 같은 경우 마지막 음이 끝나도 지휘자는 지휘봉을 내리지 않는다. 여음이 3층 구석까지 퍼지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브라보!” 외치면 이건 정말 난감하다.
바흐의 [마태 수난곡]같은 엄숙한 종교 음악같은 경우 ‘브라보’는 외치지 않는 게 상식이다. 공연 책자에 수록된 프로그램이 딱 끝나자마자 일어나는 사람도 있다. 너무 야박하지 않은가. 모든 공연 프로그램이 끝나면 가장 뜨거운 박수를 보내자. 연주자가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더라도 아낌없이 박수를 치자. 혈액 순환에도 좋다. 앙코르는 보통 세 곡 정도가 마련되기도 한다. 오케스트라 공연 중에는 앙코르가 없는 공연도 많이 있으니 앙코르를 하지 않더라도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자.
음악회 에티켓이 정착된 것은 100여년 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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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공연사에서 오늘날 같은 전반적인 음악회 에티켓이 정착된 것은 100여 년 전 1895년이 그 시발점이라고 한다. 그 전까지는 클래식 음악 공연장이 귀부인들의 패션쇼장을 방불케 한 사적인 영역이었다. 새로 맞춘 드레스를 과시하기 위해 일부러 공연장을 들락거렸고 음료수나 술을 먹고 마시는 일도 많았다. 그런데 이때부터 비로소 곡이 연주되는 동안에 객석에 입장할 수 없고, 잡담은 물론 기침도 자제해야 한다는, 요즘은 상식에 속하는 음악회 에티켓이 성립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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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가 드가 [꽃다발을 든 무희]1877~1879.
갈채는 발레에서도 마찬가지다. 발레리노일 결우 '브라보', 발레리나는 '브라바'라고 갈채를 보낸다.
이런 무례를 극복하는데 바로 일조한 것이 바로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등장이었다. 19세기 중산층의 등장과 함께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클래식 음악을 성대한 의식, 또는 제의로 인식시켜 나갔다. 이 의식이나 제의의 행동 기준으로 음악회 에티켓이 서서히 정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음악회의 기준이 다른 장르로 확대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고 보면 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그 시기를 살펴보면 빌렘 멩겔베르크가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로 취임하면서부터라고 한다. 에티켓은 우리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나의 필요에 의해서 모두가 공감하는 규칙을 만들어 나가는 거다. (클래식 에티켓 3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