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과 회피 - 동기의 두 얼굴 > 전해주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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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과 회피 - 동기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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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04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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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모두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다. 그리고 회사원들은 일을 열심히 하고 싶다. 그런데 열심히 하려는데 그게 잘 되지를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답답하다. 어떤 일을 열심히 하게 만들어주는 마음은 무얼까? 가지고 싶다. 이것만 있으면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질 것 같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동기(motivation)라는 용어로 말한다. 하지만 이 동기라는 것은 단순하지가 않아서 최소한 두 개의 서로 다른 얼굴을 지니고 있다. 이를 이해하면 우리가 왜 어떤 일을 열심히 하지 못하는 걸까에 대한 답을 꽤 구체적으로 얻을 수 있다. 더불어 우리 뇌 안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도 같이 한 번 알아보자.
행복해지기 위해서 혹은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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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범과 성진 두 친구 모두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 그 정도가 정말 똑 같아 우열을 가릴 수가 없다. 그런데 이 두 친구가 공부를 열심히 하는 이유는 조금 다르다. 한 사람(영범)은 부모님께 칭찬을 받기 위해서이고 다른 한 사람(성진)은 부모님께 혼나지 않기 위해서이다.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두 사람 모두 똑같은 정도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결과는 매우 다르다. 영범은 좋은 성적을 받고 난 뒤 ‘기쁨’을 느낀다. 부모님께서 기뻐하시는 모습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 번째 친구인 성진도 좋은 성적을 받았다. 어떤 기분일까? 기쁨일까? 아니다 그 보다는 ‘안도감’이다. 부모님의 꾸중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기쁨과 안도감은 모두 좋은 정서이긴 하다. 하지만 두 사람이 경험하는 마음의 세계는 매우 다를 것이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심리학자인 토리 히긴스(Tori Higgins)는 인간의 동기를 접근과 회피 두 가지 차원으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접근(接近)동기는 무언가 좋은 것을 얻기 위해, 즉 그것에 가까워지기 위해 열심히 어떤 일을 하는 것을 말하는 반면, 회피(回避)동기는 무언가 좋지 않은 것으로부터 벗어나거나 회피하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게끔 만든다. 다시 위의 두 사람의 예로 돌아가 보자. 영범과 성진은 각각 접근동기와 회피동기를 가지고 일을 열심히 했을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열심히 일을 했지만 그 일을 열심히 한 결과, 즉 성공했을 때의 느낌은 ‘기쁨’과 ‘안도감’으로 매우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각기 다른 이 두 동기를 가지고 일을 했는데 실패하게 되면 어떤 감정을 느낄까? 접근동기는 슬픔을, 회피동기는 불안을 만들어내는 것이 상식적으로 당연하다. 즉 무엇을 열심히 하는 것 자체도 중요하겠지만 어떤 동기를 가지고 그 무엇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기쁨과 슬픔의 차원에서 살아갈 수도 있을 것이고 안도감과 불안의 차원에서 지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 차원에서 사는 것이 더 좋을까? 대부분의 경우 기쁨과 슬픔의 세계가 더 좋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 주위에서는 회피 동기를 자극하는 메시지를 더 많이 주곤 한다. “공부 열심히 하지 않으면 나중에 바보처럼 산단다.”에서부터 “열심히 돈 벌지 않으면 나중에 추하게 지낸다.” 등 말이다. 이는 행복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불안에서 벗어나 안도하기 위해 열심히 살라는 이야기와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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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께 혼나지 않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의 동기는 회피동기이며 시도한 일이 실패했을 때 회피동기는 불안을 만들어낸다. <출처: NGD>
물론 회피동기를 지니고 해야 그 결과가 더 좋은 일도 이 세상에는 많다. 잘해야 본전이거나 그 행동 자체가 무엇으로부터 회피를 기본으로 하는 일이 그런 것이다. 그 좋은 예가 ‘피구’ 경기이다. 피구에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상대편이 던진 공을 피하는 것이다. 즉 회피동기를 지니고 해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멋지게 피해야지’라는 마음을 가지면 어떻게 될까? 그 ‘멋지게’라는 마음 자체가 접근동기에 더 들어맞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운동을 잘하거나 민첩한 친구들이 경기 초반에 공을 잡지도 피하지도 않은 어정쩡한 자세로 아웃되는 일을 보곤 한다. 회피동기를 가지고 해야 할 일을 접근동기를 가지고 했기 때문이다. 일이 어느 동기에 더 부합되느냐에 따라 내가 가져야 할 동기도 거기에 맞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 더 쉽게 말하자면, 어떤 일을 하기 전에 그 일이 좋은 것을 지향한다면 “이 일을 잘 해서 즐거워야지”라고 생각해야 하며, 그 일이 나쁜 것을 막기 위한 일이라면 “이 일을 잘 해서 바보 같이 되지 말아야지”라고 마음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뇌가 알려주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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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우리 뇌를 보면 그 대답이 더욱 분명해진다. 미국 예일 대학 심리학과의 커닝엄(Cunningham)교수 연구팀이 최근 연구한 바에 의하면 뇌의 편도체2049587376_1tXa5DoQ_txt_number1.gif (amygdala), 전측대상회2049587376_Bf0jOFpw_txt_number2.gif (anterior cingulate), 그리고 선조 외 피질2049587376_ktCyNshY_txt_number3.gif(extrastriate cortex)등 인간의 정서와 그에 따른 각성 및 주의집중(편도체와 전측대상회)과 정보를 받아들여 분석하는 지각(선조 외 피질)과정을 담당하는 뇌 영역들의 상호작용이 이 현상과 관련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선조 외 피질이 받아들인 정보를 편도체와 전측대상회로 보내는데 이 연결의 상호작용이 잘 이루어져야 인간은 받아들인 정보에 대한 대응을 잘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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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편도체, 전측대상회,선조 외 피질
접근동기가 성격적으로 강한 사람(예를 들어, ‘나는 실패를 막기 보다는 성공을 만드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다.’)이나 접근동기가 상황적으로 강조(예를 들어, ‘이 일을 잘 하면 상을 받겠구나.’)되는 경우에는 지각을 담당하는 선조 외 피질이 긍정적인 자극(예를 들어,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 정보를 받은 편도체와 전측대상회가 더 활발하게 작동한다. 이러한 작용이 극대화되는 경우는 그 일의 종류 자체가 즐거움을 지향할 때이다. 마찬가지로 회피동기가 성격적으로 강한 사람(예를 들어, ‘나는 성공을 하는 것보다는 실패를 막는 것에 더 관심이 많다.’)이나 회피동기가 강조(예를 들어, ‘이 일을 잘 못하면 처벌이 주어지겠구나.’)되는 상황에서는 선조 외 피질이 부정적인 자극(예를 들어, 내가 싫어하는 것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 정보를 받은 편도체와 전측대상회가 더 활발하게 작용(즉, 각성하고 주의집중)한다. 이 회로의 활동이 극대화되는 경우는 당연히 그 일이 불행하거나 나쁜 결과를 막는 데 초점이 맞춰졌을 때일 것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회피동기를 가지고는 즐거운 일의 즐거운 측면들이 잘 보이지 않으며 접근동기를 지니고는 즐겁지 않은 일의 즐겁지 않은 측면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잘 보이지 않으니 대응을 제대로 할 수 없고 따라서 성공적으로 그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음은 분명하다.
그저 열심히 하는 것만이 최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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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연구 결과는 우리로 하여금 무엇을 알려주는 것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세상에 많은 일들을 그저 열심히 만 한다는 것은 결코 효율적이지 않다. 또한 즐겁고 즐겁지 않은 일들은 내가 마음먹기에 달려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공부를 할 때 즐거운 무언가를 목표로 공부를 하면 자연스럽게 공부의 즐거운 측면들이 잘 보이기 마련이며 따라서 그 과정 또한 즐거워지기 쉽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고 말이다. 오늘부터라도 조금씩 바꿔보면 그 쌓인 결과는 매우 클 것이다. “나중에 재미있게 놀기 위해서 지금의 고통을 참아내자”라고 마음먹기 보다는 “나중에 재미있게 놀기 위해서 지금도 즐겁게 공부하자”라고 마음먹어보자. 우리의 뇌와 동기가 우리의 공부를 더 잘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