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승효선의 서재 > 전해주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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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도서 건축가 승효선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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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97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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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열린 지식공간, 타인을 보는 삶의 창(窓)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서재는 에릭 구나르 아스플룬드(Erik Gunnar Asplund)가 설계한 스톡홀름의 중앙 도서관인데요. 이 곳은 가운데가 동그랗게 생겨서 열람실 가운데 앉아 있으면 온 사방이 책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즉, 책이라는 세계 속에 있다는 것 자체가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한눈에 수만권의 책을 볼 수가 있어서, 세상 에서 가장 멋진 곳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의 서재는 오픈되어 있고 문도 없어서 직원들도 언제나 들어와서 책을 볼 수 있는 그런 열린 공간입니다. 공간을 구획하면서 아무나 들어올 수 있도록 모두에게 공유하고자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로재(履露齋)라는 집단 자체가 공유하는 거죠. 책은 지식이고 모두가 공유해야 마땅한 것이니까요. 책의 가치는 모두가 나눌 수 있을 때 커지는 것 같습니다.
특별히 서재를 계획했던 건 아니고요. 건축이라는게 결국은 다른 사람의 삶에 관한 일이니까. 그 사람들의 삶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저혼자 모든 사람을 경험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그러한 정보를 얻는 소스로 가장 좋은건 책이기 때문에 많이 읽게 되었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책의 양이 너무 많아져 처치할 방법 을 찾다가 이렇게 서재를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불과 몇 만원으로 살 수 있다는 것

이 곳은 직업상의 정보를 가장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공간이고, 한편으로는 굳이 가서 책을 읽지 않더라도 제 지식의 저장소가 여기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에너지 를 얻습니다. 실제로 추상적인 에너지뿐 아니라 무언가를 상상하게 되면 구태여 보지 않더라도 해답을 얻을 수 있는 원천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게 이렇게 책더미들을 곁에 두고 사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결국 서재라는 자체가 제가 하는 건축 자체를 지지해주는 실질적인 자산입니다.
사실 책이라고 하는 것은 너무 값이 싸요. 어떤 사람이 일생을 들여 한 권의 책을 저술하는데 그 사람의 인생을 불과 몇 만원으로 살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너무 값이 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책을 살때마다 너무 미안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서재를 보면 그러한 수 천명의 사람들이 저를 도와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힘도 나고, 용기도 얻습니다.

기억 속에 자리잡은 책, 현재도 읽고 있는 책

국내에서 번역된 책을 추천하고자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추천 리스트에 꼭 넣을 수 밖에 없었던 외서 2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나는 문화비평가이자 소설가이자 화가인 존 버거 라는 사람이 쓴 ways of seeing이라는 책인데요. 사물을 보는 법이라는 뜻입니다. 사물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 주는 놀라운 책이죠. 번역본이 있지만 외서가 훨씬 얇고 보기 쉽게 되어 있어 추천하고 싶습니다.

또 한 권은 ‘공허에서의 대화’라는 dialogue in the void(마티 메지드)입니다. 이 책은 친구인 사무엘 베켓과 자코메티, 이 두 사람의 대화를 적은 글인데요. 두 사람의 창작의 근원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로 그 근원이 어떤 강박관념 이라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풀어서 말하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표현하였는데요. 이 표현에 굉장히 공감했습니다. 저도 참 소심한 사람이거든요. 이 책을 보면서 나의 이런 실패에 대한 소심함이 나쁜 것이 아닌가 보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저뿐만 아니라, 건축가들은 기본적으로 대부분 소심합니다 (웃음). 자기가 만든 건물이 실패할 경우에 한 사람이 완전히 실패한 인생을 살 수도 있거 든요. 겉으로는 아닌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건축가들이 가장 소심하지 않은가 생각 합니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은 '막스 피카르트’ 라는 철학자가 쓴 [침묵의 세계]입니다 1992년도에 처음 이 책을 알게 되었는데요. 제가 ‘빈자의 미학’ 이라는 화두로 좀 더 많은 정보나 지식을 얻기 위해 침묵, 비움, 정적, 고요, 절제를 테마로 여러 문헌들을 조사하다가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서구의 물질 문명이 도를 지나치기 시작한 20세기 중반에 쓰여진 책인데요. 오히려 지금 우리 시대에 딱 맞는 책이 아닌가 합니다. 도시나 환경이 위험할 정도로 물신주의에 빠져 있는 우리 사회에 시간이 갈수록 더욱 요긴한 울림을 주는 책입니다. 특히, "침묵을 모르는 도시는 몰락을 통해서 침묵하게 된다"는 마지막 경구가 섬뜩한 울림을 전해옵니다.

책은 사람을 선하고 강하게 만든다

책에 지배당하는 게 좋은가, 책을 지배하는 게 좋은가’... 이것은 제가 항상 가지고 있는 의문입니다.
이 의문을 가지고 사는 것이 참 재미있고 좋은 것 같습니다. 바로 책과의 갈등 구조인데요. 예를 들어 책방에 가서 책을 살 경우, 책이 그저 너무 좋으니까 모든 책을 다 사고 싶다는 생각과, 이 책을 가져가면 시간이 없어 못 읽을 텐데 라는 고민과, 어렵게 산 책을 곁에 쌓아 놓고서도 이 책을 읽어야 하는데라는 고민을 늘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책과의 갈등 구조이자, 책/지식/지혜와의 스트레스인데요. 이런 스트레스는 절대 사람을 약하게 만들지 않고, 선하게 만들고, 강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도 책과 갈등 구조를 가지고 살아보시기를 강력 추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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