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문학] 만물의 근원은? - 탈레스 > 전해주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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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문학 [철학/문학] 만물의 근원은? - 탈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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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75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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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은 [테아이테투스]에서 탈레스에 관한 일화 하나를 소개한다. 어느 날 탈레스가 별을 탐구하기 위해서 밤하늘을 보면서 걸어가다가 우물에 빠졌다. 그러자 동행하던 하녀가, 하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알기 위해서 정신이 팔려 발 아래 놓여 있는 것은 보지 못하는 탈레스를 비웃었다는 것이다. 이 일화를 소개한 후, 플라톤은 철학을 하는 사람은 언제든지 이런 조롱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철학이란 보편적이고 궁극적인 것을 탐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보편과 궁극에 관한 탐구로서의 철학은 과연 언제 누구로부터 시작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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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서양 철학사 책은 탈레스를 서양철학의 아버지라고 기술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도 탈레스를 그리스의 최초의 철학자요, 과학자라고 칭한다. 19세기 철학자 니체도 “그리스 철학은 물이 만물의 기원이요 자궁이라는 명제로 시작한다.”고 말함으로써 탈레스가 서양 철학의 출발임을 시사하고 있다. 그리고 버트런드 러셀도 자신의 저서 [서양 철학사]에서 서양 철학은 탈레스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무슨 이유로 탈레스에게 그런 영예로운 호칭을 부여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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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는 철학적 지혜란 모든 만물을 구성하는 실체(substance)에 대한 지식, 또는 만물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원리나 제일 원인에 대한 지식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탈레스가 처음으로 만물의 기원이 되는 실체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만물의 기본적인 원리를 탐구한 첫 번째 사람이라는 점에서 탈레스를 그리스 최초의 철학자라고 말한다.


인간은 누구나 지적인 호기심을 갖는다. 그러한 호기심을 철학자들은 ‘경이감’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이 철학을 하는 것은 인간이 경이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이감을 느끼고 그 경이감으로 인해서 지적인 욕구가 발동을 하고, 그래서 철학적 사유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느끼는 경이감은 자신이 경험하는 구체적인 사실에 대한 것이다. 예컨대 천체의 운행에 대해서 무지했던 고대인들은 낮에 태양이 어두워지는 일식을 경험하면서, 그 현상에 대해서 놀라워했을 것이고, 그 이유를 설명하고 싶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일식은 그들에게 경이감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고대인들처럼 우리도 경험한 현상 중에서 우리의 지적인 능력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에 대해서 경이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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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탈레스는 일반적인 사람이 갖는 경이감과는 다른 차원의 경이감을 가졌다. 그는 “만물의 근원이 무엇일까?”라는 당시로서는 다소 황당한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답하고자 했다. 다시 말하면 탈레스는 구체적이고 경험적 사실에 대해서만 궁금해 한 것이 아니고, 보다 궁극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 지적인 호기심을 느꼈던 것이다. 이러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찾는다고 해서 현실의 삶이 편리해지거나 물질적인 풍요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탈레스의 지적인 호기심은 편리나 풍요를 위한 것이 아니라, 바로 앎 자체가 목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그리스 시대 사람들의 지적인 수준은 현대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았기 때문에, 그들이 지적인 호기심을 가지고 던진 질문 중에는 이성적으로 만족스러운 대답을 하기 어려운 것들도 많았을 것이다. 이렇게 만족스러운 대답을 구할 수 없을 때,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신화나 초월적인 힘에 의존하여 그 답을 구하곤 한다. 그러나 탈레스는 결코 초월적인 힘에 의존하여 답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깨달았고, 끝까지 합리적인 대답을 구하였다. 탈레스는 자신이 던진 “만물의 근원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물”이라고 대답했다. 이 대답은 현대적 관점에서 보면 말도 안 되는 엉터리라고 여겨지겠지만, 이성적인 능력을 넘어서는 문제에 대해서 신비적이고 초월적인 답을 하던 당시의 일반적인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비교해 보면 탈레스의 대답은 다른 사람들의 대답과는 구별되는 합리적인 사고의 결과임이 분명하다.


결론적으로 탈레스를 철학의 아버지라고 하는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겠다. 하나는 처음으로 앎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궁극적이고,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탐구를 시작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신비적이고 초자연적인 힘에 의존하지 않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답을 구하려고 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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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탈레스가 던진, “만물의 근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아르케(arche)에 대한 탐구라고 말한다. 아르케는 일반적으로 ‘기본 원리(basic principle)’ 또는 ‘기원(origin)’ 등으로 번역된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아르케를 사물을 구성하는 요소(constituents)로서, 사물이 변해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무엇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도대체 아르케란 무엇인가? ‘아르케’는 그리스어의 동사 ‘아르케인’에서 나온 말인데, ‘아르케인’은 ‘지배하다(rule)’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아르케’에 대한 번역어인, ‘기본 원리’, ‘기원’, ‘궁극의 구성요소’는 그리스 철학에서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리스 철학에서 어떤 대상을 지배하는 기본적인 원리는 곧 그 대상의 제일 원인이고, 어떤 대상의 제일 원인이란 바로 그 대상의 기원이다. 이런 점에서 다의적인 것처럼 보이는 ‘아르케’는 대상의 제일 원인으로서 기원을 뜻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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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탈레스는 왜 물을 만물의 근원, 아르케라고 했을까? 탈레스가 우리에게 남겨 준 글은 거의 없다. 그는 천문학에 관심이 많아 동지와 하지에 대한 연구서 [Solstice] 와 춘분과 추분에 관한 연구서 [Equinox]를 썼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우리에게 전해지지는 않는다. 우리는 탈레스에 관한 다른 사람들의 글을 통해서 그가 왜 물을 아르케라고 했는지 더듬어갈 수밖에 없다.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우스, 헤라클리투스 호메리쿠스, 그리고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이 탈레스에 관한 기록을 남긴 사람들은 모두, 탈레스가 관찰에 근거하여 물을 아르케라고 주장했을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헤라클리투스 호메리쿠스는 습한 성질의 실체가 공기, 점토, 그리고 흙으로 변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탈레스가 물을 만물의 근원이라고 말하게 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실제로 물이 점토나 흙으로 변하는 것을 관찰했을 리는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도 헤라클리투스와 비슷한 설명을 하는데, 그것은 아마 물이 기체, 액체, 고체 상태로 변하는 것을 관찰했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우리는 이와 유사한 설명을 플라톤의 [티마에우스]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플라톤은 물이 응결됨으로써 돌이나 지구가 되고, 물이 융해, 분산됨으로써 증기나 공기가 된다고 말한다. 실제로 탈레스는 지구가 물 위에 떠 있고, 지구는 그 물로부터 생성되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탈레스가 물을 아르케라고 한 이유에 대한 가장 그럴듯한 설명을 한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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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는 만물의 영양분은 습기이고, 만물의 온기도 습기에서 생성되며 습기가 없으면 온기가 유지될 수 없음을 관찰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탈레스가 물을 아르케라고 주장한 이유라고 설명한다. 나아가서 아리스토텔레스는 탈레스의 아르케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덧붙인다. 어떤 대상(A)이 다른 대상(B)로부터 나올 때, B는 A의 존재 원리라고 할 수 있는데, 만물은 물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물은 만물의 존재 원리요, 제일 원인이다. 다시 말해서 물은 만물의 기원이요, 만물의 근본 원리이며 변하지 않는 구성요소, 즉 아르케인 것이다. 모든 존재의 씨앗은 습한 성질을 갖는다는 탈레스의 주장도 그런 의미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탈레스는 대략 기원전 7세기 경 사람이다. 2700년 전에 탈레스가 한 주장을 현대 과학의 눈으로 해석하여 터무니없는 것으로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의 주장은 적어도 당시의 다른 주장과 비교해 볼 때, 대단히 합리적인 것임에 분명하다. 탈레스의 합리성은 여러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플라톤은 [프로타고라스]에서 그리스의 일곱 명의 현자를 열거하면서 그 첫 번째로 탈레스를 꼽는다. 그리고 그 이유를 탈레스가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질문에 대해서 합리적인 설명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탈레스는 일식을 정확히 예측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삼각형의 닮음의 비에 대해서 알고 있어서 이집트에서 피라미드의 높이를 피라미드의 그림자와 자신의 그림자의 길이를 이용하여 측정했다고 한다. 5세기의 철학자 프로클루스에 따르면 탈레스는 유클리드 기하학에 나오는 정리 중 상당수를 이해하고 실용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되어 있다. 탈레스는 모든 존재의 씨앗은 습한 성질을 갖는다고 보았다. 과학적 옳고 그름의 여부를 떠나 궁극적 질문에 대한 최초의 합리적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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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과학은 우주의 신비에서부터 미립자의 운동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과학적 설명을 제공하고 있고, 그를 토대로 한 기술은 우리에게 풍요와 편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대의 과학 기술은 우리에게 아르케를 알려 주는가? 오늘날 우리가 탐구해야 할 아르케는 무엇인가? 17세기 이후, 철학으로부터 독립선언을 하고 등장한 근대 과학은 오늘날까지 눈부시게 발전하였지만, 과학은 특정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법칙에 대해서만 탐구할 뿐, 여전히 보편적이고 궁극적인 탐구는 철학의 문제로 남아있다. 다시 말해서 과학은 구체적인 어떤 주장이 참인지를 밝히는 데 주력한다면, 철학은 참이라는 것 자체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탐구한다. 그런 의미에서 과학을 통해서 만물을 지배하는 근본원리로서 아르케가 무엇인지 알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물론 현대 과학의 성과를 무시하거나 폄하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과학이 모든 것을 설명해줄 것이라는 생각 또한 환상이다.

아무튼 아르케에 대한 탐구가 그 자체로 고통스럽고, 또 답을 구할 수 없어 영원히 미로를 헤맬지라도, 또 그러한 탐구 결과가 우리에게 아무런 대가도 가져다 주지 않을지라도 아르케에 대한 탐구를 멈추어서는 안 된다. 과연 만물의 제일 원리로서 아르케는 무엇일까?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우스가 탈레스의 저작이라고 전하는 글을 음미하면서, 우리에게 아르케는 무엇인지 고민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