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의 서곡은 브람스와 차이콥스키의 서곡에서처럼 독립된 기악곡으로서 자유로운 감성을 담은 음악으로 발전하기도 했지만, 정작 오페라에선 점차 사라져갔습니다. 베르디와 바그너 등 주요 오페라 작곡가들이 서곡 대신 ‘전주곡’(prelude)을 더 선호한 까닭이지요. 사실 서곡과 전주곡은 겉보기엔 별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서곡이나 전주곡이나 본격적인 음악작품이 전개되기 전의 ‘도입’ 역할을 한다는 점에선 비슷하니까요. 하지만 두 음악 사이엔 몇 가지 본질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전주곡은 오페라 전체의 서두뿐만 아니라 각 막의 서두를 장식하는 음악이고, 곡의 길이는 서곡보다 더 짧고 간단한 편입니다. 또 서곡처럼 완결된 형식미를 갖추기보다는 오페라의 극적인 분위기를 암시하면서 곧바로 극 자체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합니다. 다시 말해 전주곡은 극 자체에 더 충실한 진정한 의미의 도입음악이며 또한 극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의 3막 전주곡은 좋은 예가 됩니다. 이 곡은 백조의 기사 로엔그린과 엘자의 결혼식을 유도하는 들뜬 분위기의 축제음악입니다. 3분 남짓한 이 짧은 전주곡은 곧바로 오페라의 ‘결혼행진곡’으로 이어지는데, 이 행진곡은 오늘날 결혼식장에서 무수히 연주되고 있는 그 유명한 ‘신부 입장’ 음악입니다. 결국 [로엔그린] 3막 전주곡은 서곡처럼 독립된 음악이라기보다는 곧바로 극 내용에 편입되는 짧은 도입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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