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한 감정의 기복을 드러내는 열정의 음악
‘광시곡’으로 번역되기도 하는 ‘랩소디’(Rhapsody)가 음악작품의 한 장르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초반입니다. 본래 고대 그리스에서 서사시를 노래하면서 여러 나라를 유랑한 음유시인의 작품을 뜻하는 ‘랩소디’는 체코의 작곡가 토마셰크에 의해 기악곡에 도입되었습니다. ‘토마셰크’(1774~1850)라는 이름은 음악애호가들에게도 다소 낯설긴 하지만 그는 당대 최고의 즉흥연주자 중 한 사람이었으며 ‘랩소디’의 역사에선 매우 중요한 인물입니다. 그는 체코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로, 그가 작곡한 피아노곡들은 슈베르트와 슈만, 드보르작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 중 15개의 ‘랩소디’는 랩소디라는 음악을 최초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평가되고 있습니다. 토마셰크 이후 그의 제자들이 랩소디를 작곡하면서 음악작품에 종종 ‘랩소디’란 말이 등장하게 되었고, 리스트와 드보르자크, 도흐나니, 버르토크, 에네스코 등이 ‘랩소디’라는 음악장르에 기여하게 됩니다.
사실 ‘랩소디’는 어떤 성격의 음악이라고 정의해야할지 매우 모호합니다. 음악에서 랩소디는 어떤 정해진 형식이 없으며 꼭 어떤 악기로 연주해야 한다든가 하는 원칙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본래 ‘랩소디’란 말이 고대 그리스 서사시와 관련이 있는 만큼 음악에서의 랩소디에도 역시 서사적이고 영웅적이며 민족적인 성격이 드러나고, 19세기 후반으로 갈수록 절제되지 않은 감정을 표출하는 자유분방한 음악으로 발전해갔습니다. 본래 그리스의 ‘랩소디’가 즉흥적인 구전문학이었으니 음악으로서의 랩소디 역시 아카데믹한 규칙보다는 영감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음악작품을 가리키게 된 것이지요. 그래서 사라사테의 [치고이네르바이젠]처럼 헝가리나 집시 바이올린 음악의 분방한 전개 방식이야말로 랩소디의 전형적인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민족 음악 특성의 반영
대표적인 랩소디 작곡가 리스트의 [헝가리 랩소디]를 들어보면 랩소디 특유의 열정적 기질을 귀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헝가리 태생으로 어릴 때부터 헝가리의 민요와 집시의 바이올린 연주에 친숙했던 리스트는 젊은 시절에 15곡의 헝가리안 랩소디를 작곡한 데 이어 말년에 다시 4곡의 헝가리 랩소디를 작곡해 그의 내면에 잠자고 있던 집시의 혼을 일깨웠습니다. 아마도 리스트의 전 작품들 가운데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리스트의 [헝가리 랩소디 제2번]은 자유로운 형식과 열정적인 표현이 넘치는 랩소디의 개성을 가장 잘 드러낸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이 작품은 본래 피아노곡이지만 관현악 편곡으로 연주되거나 때때로 피아노와 관현악이 협연하는 협주곡 스타일로 연주되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