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엉뚱해 보이는 것 투성이다. 세계가 무엇으로 이루어졌냐는 질문에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탈레스는 물이라고 말했고, 아낙시메네스 는 공기, 크세노파네스는 흙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엠페도클레스라는 사람은 흙, 물, 공기, 불 모두가 세계의 근원이라고 했다. 지금 우리의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어렵고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2,500년 전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중요한 것은 그들의 답이 아니라 그들이 답하려고 했던 질문 ‘만물의 근원은 무엇인가?’이다. 사실 이 답들은 그나마 이해하기 쉬운 편이다. 우리는 최소한 ‘흙’, ‘물’, ‘공기’, ‘불’이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알고 있지 않은가? (물론, 2,500년 전의 사람들이 ‘공기’로 의미했던 것과 지금 우리가 ‘공기’로 의미하는 것은 분명 다를 것이다) 터무니없어 보일 뿐이지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몇몇 고대 철학자들의 답은 그것이 무엇을 가리키는지도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아낙시만드로스와 같은 사람은 무한자(apeiron)가 세계의 근원이라고 했다. 도대체 ‘무한자’가 무엇이란 말인가?
게다가 ‘무한자’가 ‘물’이나 ‘공기’보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는 또 하나 있다. 질문은 만물의 근원에 대한 것이었다. 대충 말하자면, 만물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냐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많은 부분 물질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물질적인 것을 구성하는 것은 물질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한편, 물이나 공기는 물질적인 듯이 보이지만, 무한자는 물질적인 것을 초월한 어떤 것처럼 보인다. 그럼, 만물의 근원이 무한자라는 말은 물질적인 것이 비물질적인 것으로 구성되었다는 말이 된다. 이런 점에서 아낙시만드로스의 생각은 한 번 더 납득하기 어렵다. 그의 ‘무한자’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이해하기 쉽지 않으며, 또한 그것을 이해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어떻게 물질세계의 근원이 되는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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