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테트 - 클래식 입문 ABC > 전해주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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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테트 - 클래식 입문 A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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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78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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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가수가 청아한 음색으로 부르는 ‘세상엔 참 평화 없어라Nulla in mundo pax sincera’라는 노래, 들어 보셨을 거예요. 천재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의 삶을 다룬 영화 [샤인Shine]으로 유명해진 비발디(Antonio Vivaldi, 1678-1741)의 모테트랍니다. 이제까지 예술가곡, 오라토리오, 수난곡, 칸타타, 마드리갈 등 오페라 이외의 다양한 성악곡 장르를 소개해 드렸는데요, 끝으로 살펴볼 장르가 바로 이 모테트입니다. 모테트는 미사(missa) 곡들과 함께 가톨릭 교회음악의 두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가사가 대부분 라틴어로 쓰였고 종교적인 내용을 다룬다는 점은 미사와 모테트의 공통점이지만, 일반적인 미사곡이나 레퀴엠이 미사통상문이라는 형식에 매여 있는 것과는 달리 모테트는 교회전례와 연관성은 있어도 전례음악의 핵심은 아니었습니다.

 

 
라틴어로 쓰인 종교적 가사의 다성악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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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성가는 원래 하나의 멜로디로 노래하는 단성성가, 그러니까 기악반주가 없는 그레고리오 성가로 시작했지요. 하지만 차츰 여러 개의 성부가 동시에 노래하게 되었습니다. 작곡가 레오냉과 페로탱을 대표로 하는 13세기 초 파리의 노트르담 악파는 원래 가사가 없던 성부들 위에 가사가 있는 성부를 덧붙였는데, 가사가 붙은 이 성부를 ‘모테투스(motetus)’라고 불렀답니다. 아마도 프랑스어의 ‘모(mots. 말, 단어라는 뜻)’가 어원이 되었으리라고 학자들은 추측합니다. 14세기 아르스 노바 시대에는 필립 드 비트리, 기욤 드 마쇼 등이 모테트를 작곡했습니다.
중세에 비교적 엄격한 형식의 지배를 받았던 모테트는 15-16세기 르네상스 시대에 결정적인 전환을 이루게 됩니다. 선율은 훨씬 자유로워졌고 개념의 폭도 넓어져, 결국 ‘모테트’라는 말은 미사 전례문을 제외한 교회음악의 총칭으로 쓰이기까지 했습니다. 르네상스 초기에 와서 모테트는 ‘라틴어로 쓰인 종교적 가사의 다성악(폴리포니) 악곡’이라는 확정적인 의미를 획득했습니다. 주로 성경 구절에서 가져온 가사의 선택기준은 전례의 어느 부분에서 또는 어떤 계기로 그 모테트가 연주되는가에 따라 결정되었지요. 이 시대 모테트의 대표적 작곡가인 기욤 뒤파이 등은 기준이 되는 테너 성부 위쪽에 정선율을 배치하고 그 선율을 두 개의 낮은 성부로 받쳐주는 부르고뉴 악파 양식을 발전시켰습니다. 중세 모테트처럼 성부에 따라 서로 다른 여러 개의 가사를 사용하는 방식은 사라져갔고, 정선율의 지배가 약화되어 모든 성부가 동등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르네상스 중기에는 모테트도 플랑드르 악파의 양식에 의해 정선율 주제를 각 성부가 따라 연주하는 모방기법을 사용했고, 이 시대의 대표적 모테트 작곡가로는 오케겜, 조스캥 데프레, 오를란도 디 라소를 꼽을 수 있습니다. 특히 라소는 감성이 충만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작곡 스타일로 플랑드르 모테트를 발전의 정점에 올려놓았습니다.
13-14세기에는 2성부 모테트가 우세했지만, 차츰 3성부 및 4성부 모테트가 작곡되었고, 16세기로 가면 5성부 또는 6성부 모테트가 일반적인 형식이 됩니다. 1550년 이후로는 8-12성부까지 목소리의 수가 확대되었고, 예외적이긴 하지만 토머스 탈리스의 [스펨 인 알리움]처럼 40성부로 작곡된 모테트도 탄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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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시대의 조각가 루카 델라 로비아의 [성가대석]. <출처: Ricardo André Frantz at en.wikipedia>
로마 악파에 속하는 팔레스트리나는 유연한 선율과 풍요로운 화성을 구사하며 모테트의 전성기를 이뤘습니다. ‘우리는 바빌론 강변에 앉아 시온을 기억하며 울었다’는 내용의 구약성서 시편 136장 1-2절을 토대로 한 그의 [바빌론 강변 Super flumina Babylonis]은 16세기 최고의 걸작 모테트로 꼽힙니다. 안드레아 가브리엘리, 조반니 가브리엘리로 대표되는 베네치아 악파의 모테트는 음색과 구조의 대비가 선명한 극적 스타일로 유명합니다.
기악 반주, 독창 등 새로운 형식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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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 시대에 들어서면 모테트는 다시 한 번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합니다. 성악만으로 이루어진 음악이 아니라 기악 반주를 수반하는 것이 일반화되었고, 합창 형식뿐만 아니라 독창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세속적인 가사를 사용한 모테트도 작곡되긴 했지만 내용은 여전히 주로 성서의 시편이나 복음서를 토대로 했지요. 이탈리아에서 몬테베르디는 협주양식과 모노디를 적용해 모테트를 작곡했고 프랑스에서는 쿠프랭이 독창 모테트를 발전시켰으며, 독일에서는 하인리히 쉬츠와 바흐가 모테트의 새 시대를 열었습니다. 바흐 시대에 오면 모테트는 ‘폴리포니로 작곡된 종교적 합창곡’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습니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는 여러 독일어 모테트를 작곡했는데요,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은 ‘예수, 내 기쁨Jesus, meine Freude’(BWV 227)과 ‘오소서, 예수여, 오소서Komm, Jesus, komm’(BWV 229)일 것입니다. 앞 곡은 요한 프랑크의 코랄과 신약성서 로마서를 토대로 한 총 11곡의 대작으로, 코랄과 합창이 교차하는 형태입니다. “오소서, 예수여, 오소서. 저는 지쳤고 힘은 점점 약해져갑니다. 주님 계신 곳에 평화가 있어 주님을 갈망합니다”라는 뒷 곡의 가사처럼, 바흐의 모테트들은 굳건한 믿음을 고백하고 신앙에서 영혼의 위안을 구하는 구절들로 가득합니다.
영국에서는 종교개혁과 더불어 가톨릭 교회음악인 모테트가 사라지면서 영어 가사를 지닌 앤섬(Anthem)이 그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독창자 없이 합창만으로 이루어진 악곡은 풀 앤섬(full anthem), 기악반주가 수반된 독창과 무반주 합창이 교대로 나오는 악곡은 버스 앤섬(verse anthem)으로 불립니다. 앤섬에서는 멜로디를 선명하게 해 가사를 쉽게 알아들을 수 있게 하려고 폴리포니 대신 호모포니를 사용한 부분이 많습니다.
토머스 탈리스, 윌리엄 버드가 꽃 피운 앤섬은 17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작곡가 헨리 퍼셀에 이르러 풍요로운 결실을 맺었습니다. 퍼셀의 대표적인 앤섬으로는 두 파트의 4성부로 이루어진 8성부 합창 ‘내 마음이 말하고 있네My heart is inditing’가 있는데요, 이 곡은 1685년 영국 왕 제임스 2세의 대관식을 위해 작곡한 것으로 독창과 합창, 호모포니와 폴리포니, 콘티누오와 현악합주가 번갈아 나타나며 화려한 대비효과를 만들어낸 걸작입니다. 프랑스에서는 17세기 루이 14세 궁정에서 륄리와 그 계승자들이 대규모의 합창과 독창을 사용해 화려하고 독창적인 축제 모테트 형식을 발전시켰습니다.

18세기부터 모테트 형식에는 더 이상 눈에 띄는 발전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1773년에 이탈리아에 간 모차르트는 오스트리아 교회음악에 비해 이탈리아 교회음악이 오페라의 영향을 받아 기교적으로 훨씬 세련되어 있음을 보고, 화려한 콜로라투라 기교를 돋보이게 하는 모테트를 작곡하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이 바로 ‘기뻐하라, 환호하라Exultate, jubilate!’인데요, 빠른 악장, 느린 악장, 빠른 악장의 3악장 형식으로 작곡한 이 곡의 마지막 알레그로가 그 유명한 ‘알렐루야’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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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테트는 주로 교회의 가르침을 내용으로 삼았고, 세속적 모테트라도 종교적 교훈을 담았다. <출처: NGD>
19-20세기의 모테트
모차르트 이후에도 몇몇 작곡가들이 모테트를 작곡했습니다. 오늘날에도 슈만, 브람스, 프랑크, 본 윌리엄스 등의 모테트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19세기 모테트 작곡가들은 의도적으로 내용상 빛과 어둠, 평온과 격정 등의 대비가 뚜렷한 텍스트들을 선택해 음악적 대비효과를 창조했습니다. 또 모테트의 전성기였던 후기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들을 계승한다는 의미로 대개 대위법을 사용했고, 기악 반주가 없는 무반주 합창곡 형식을 선택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브람스 역시 모테트 일곱 곡을 모두 대위법을 사용한 아카펠라로 작곡했습니다. 슈만이 세상을 떠난 뒤 브람스가 작곡한 모테트 곡들은 신앙에서 위안을 구하는 내용을 담았고, 이 작품은 브람스 [독일 레퀴엠]의 초석이 되었다고 합니다. 멘델스존처럼 합창과 독창이 교차하는 모테트를 작곡한 경우는 19세기엔 흔치 않았죠. 20세기에도 프랑스 작곡가 프란시스 풀랑의 [네 곡의 성탄 시기 모테트] 같은 모테트 신작이 나왔습니다.

자, 그럼 이제 마무리로 다시 비발디의 모테트를 한 곡 살펴볼까요? 그의 ‘시들어가는 장미Rosa que moritur’는 서글프고 애잔한 선율 위에 이런 가사를 실었습니다.
시들어가는 장미와 가라앉는 파도는
지상의 쾌락이란 한때에 지나지 않음을 가르쳐 주리니
우리가 그 매혹적인 모습을 쓰다듬고 어루만지자마자
그들은 마치 교활한 유령처럼 달아나버리네.
이처럼, 세속적인 내용의 모테트라 하더라도 ‘지상의 무상함을 통감하고 영원한 가치에 희망을 걸어야 한다’는 종교적 가르침이 종종 가사의 토대가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