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음 현악기들이 낮은 신음을 토해내며 음산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여기저기서 목관악기들의 기괴한 비명소리가 들려옵니다. 1821년 6월 18일, 베를린 왕립 극장에서 칼 마리아 폰 베버(Carl Maria von Weber, 1786~1826)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가 초연되던 날,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음침한 음악에 청중과 음악평론가들은 몹시 당황했습니다. 이 오페라는 확실히 기존의 오페라와는 뭔가 달랐습니다. 고전적인 취향에 젖어있던 당대 청중들은 베버의 새 오페라에서 그저 명랑하고 달콤하기만 한 음악을 기대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이 들은 것은 초자연적 마법의 세계를 담은 독특한 음악이었습니다.
베버 이전에는 그 누구도 이토록 독특한 오케스트라 음향을 창조해내지 못했습니다. 베버는 베토벤과는 달리 하나의 통일적인 음향을 만들어내기 위해 오케스트라의 여러 악기 소리를 결합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베를리오즈가 오케스트라 성부를 세분화하기 훨씬 전부터 성부 분할기법을 터득해 독특한 소리를 만들어냈고, 멘델스존이 목관 솔로의 탁월한 효과를 인식하기 훨씬 전부터 목관악기가 빛나는 찬란한 음악을 선보였습니다. 신비롭고 마술적인 음향으로 가득한 베버의 오페라가 없었다면 바그너의 음악극이 탄생하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지도 모릅니다. 베버는 베토벤의 오케스트라 음향을 넘어 19세기 음악의 새로운 오케스트라 이디엄을 개발해낸 비범한 음악가였습니다.
낭만주의 관현악의 선구자
베버는 어린 시절부터 유랑극단을 운영하던 아버지를 따라 어려서부터 각 도시를 순회하며 각 도시의 문화 예술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미하일 하이든을 비롯한 여러 음악 스승들의 지도와 여러 음악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빠르게 성장한 베버는 14살이 되던 해에 벌써 첫 번째 오페라 [숲의 소녀]를 작곡해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