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다]의 기본 갈등은 이집트의 라다메스 장군과 암네리스 공주, 그리고 이집트의 속국인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의 삼각관계이지만, 이외에도 문명화된 이집트와 속국인 누비아의 대립, 세대를 넘어서는 아이다와 라다메스의 사랑, 또 암네리스와 아이다 사이에는 우정과 사랑의 갈등 등 다양한 관계와 갈등이 중첩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뮤지컬 <아이다>는 아이다와 라다메스의 입장에서 본다면 사랑과 국가적인 책무 사이에서의 갈등을 다룬 극이고, 암네리스 입장에서 보자면 철부지 공주가 파라오가 되어가는 성장 드라마이다.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드라마가 읽힌다.
[아이다]는 진지한 드라마를 부각시키는 동시에 최고의 디자이너를 합류시켜 비주얼적으로 화려한 이중 전략을 펼쳤다.시카고 공연부터 의상과 무대 디자이너로 수차례 토니상을 수상했던 밥 크로울리(Bob Crowley)가 합류했다. 그는 무대와 의상의 조화를 강조하며 무대와 의상 두 분야를 본인이 직접 작업하는 보기 드문 디자이너이다. 사실적인 피라미드 세트를 구성했던 아틀란타 공연과 달리 무대는 굉장히 세련되고 현대적으로 꾸몄다. 밥 크로울리와 로버트 폴스가 이집트 문명의 자료 조사차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을 찾아간 것이 디자인에 큰 영향을 미쳤다. 작품의 처음과 끝을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시작하고 닫는 구성도 이때의 경험에 영향을 받았다.
밥 크로울리는 이집트의 강렬한 색채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렇지만 작품 속에 시대를 재현할 생각은 없었다. 관객들이 지닌 이집트의 이미지는 실제 모습이 아니라 TV나 영화를 통해 받아들인 이미지이다. 밥은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받았던 강렬한 색채를 영감으로 삼아 이집트에 대한 관념을 현대화시켜 단순하면서도 화려하게 표현하려 했다. 운명적인 연인들이 화석처럼 굳어진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온통 상아색의 모던한 건물로 꾸미고, 환상적인 분위기 속에서 신화 속의 인물이 걸어나와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도록 만들었다. 태양광이 작렬하는 이집트는 강렬한 붉은 조명으로 아프리카의 아름다운 일몰을 보여주었다. 나일강으로 물 길러오는 여인들은 마치 피라미드에 새겨진 인물이 살아나온 듯 여성성이 강조된 실루엣으로 연출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