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다 - 디즈니의 첫 성인 뮤지컬 > 전해주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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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다 - 디즈니의 첫 성인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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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65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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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의 왕국 월트 디즈니가 자사의 콘텐츠를 영상으로만 머물지 않고 무대 공연으로 만들 계획을 한 것은 1990년대 중반이다. 디즈니의 첫 번째 뮤지컬인 [미녀와 야수]가 준비될 때만 해도 공연계는 디즈니를 과소평가했다. 심지어 [미녀와 야수]가 공개되자 평론가들은 일제히 혹평을 쏟아냈다. 그러나 디즈니의 편을 들어준 것은 관객이었다. 중장년층이 대다수인 브로드웨이에서는 보기 드물게 가족 단위의 관객들이 디즈니 공연장으로 몰려들었던 것이다.

2000년 브로드웨이에 초연된 뮤지컬 [아이다]는 디즈니의 세 번째 뮤지컬이자, 첫 성인 뮤지컬이다. 디즈니는 자사의 애니메이션을 토대로 뮤지컬을 제작했으나, [아이다]는 베르디의 오페라를 토대로 하고 있다. 왜 디즈니는 자사의 수많은 애니메이션 후보들을 두고 구태여 기존 오페라에서 소재를 취하고 있는 것일까. [아이다]가 디즈니의 세 번째 뮤지컬이긴 하지만 기획은 [라이온 킹]보다도 앞선 1994년 이루어졌다.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이 성공하자, 디즈니는 이 작업에 참여한 엘튼 존과 팀 라이스에게 오페라 [아이다]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두 창작자가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디즈니의 [포카혼타스] 자리에 [아이다]가 놓여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엘튼 존과 팀 라이스는 또 다른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는 흥미가 없었지만, 그것을 록 뮤지컬로 만들자는 제안에는 매력을 느꼈다.
 
 
신중한 제작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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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다]는 뮤지컬 [라이온 킹]보다 앞서 기획되었다. 1997년 [라이온 킹]을 올리기 전까지도 디즈니사에서는 동물들만 등장하는 뮤지컬에 대한 부담 때문에 [아이다]를 먼저 공연하고 싶어했다. [아이다] 역시 작업이 신속하게 진행되지는 못했다. 애니메이션 토대의 작품들은 어느 정도 노래가 확보되어 있었지만, 모든 노래를 새롭게 작곡해야 했다. 무엇보다도 음악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 엘튼 존은 베르디의 오페라와 음악적으로 비교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베르디의 음악을 극복하는 것이 뮤지컬 [아이다]의 출발점이었다. 오페라 [아이다]의 멜로디를 사용한다거나, 비교를 의식하고 클래식한 선율을 사용하진 않으려 했다. 엘튼 존은 알앤비, 가스펠, 록, 발라드 등 다양한 컨템포러리한 음악으로 채웠다. 특히 이집트에 노예로 잡혀온 누비아 공주의 이야기임을 감안해 아프리카 음악을 받아들였다. 전작인 [라이온 킹] 작업에서 이미 아프리카 음악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영향이 있었다. [아이다]의 음악에 대해서는 그냥 팝송 같을 뿐 극적이지 않다는 평을 받기도 하지만, 쉬우면서도 아름다운 선율로 그해 토니상에서 작곡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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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동이 든 여인들의 춤과 화려한 색채의 무대 - 제공 : (주)신시컴퍼니
브로드웨이에 오르기 전에 [아이다]는 두 번의 트라이아웃 공연을 거쳤다. 첫 트라이아웃 공연은 1998년 11월 아틀란타 앨리언스 극장에서 올렸다. 금빛 나는 피라미드를 중요 무대 장치로 사용했던, 지금의 공연과는 많이 차이가 났던 공연이었다. 음악적으로는 큰 차이는 없었지만 아틀란타 공연에서 쓰인 몇 곡이 수정되고 새로운 곡으로 대체되었다. 이때부터 헤더 헤들리(Heather Headley)가 아이다 역을 맡아 파워풀한 노래를 선보였다. 다음 해인 1999년 시카고 프로덕션에서는 노래와 헤더 헤들리를 제외하고는 전폭적인 수정과 인력 교체가 이루어졌다.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토니상을 수상하고 시카고 굿맨 시어터의 예술감독인 로버트 폴스가 새로운 연출가로 합류했다. 폴스는 이 작품은 브로드웨이 쇼 뮤지컬과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원작에 담겨 있는 세 연인들의 사랑에 진지하게 접근하려고 했다. 시대를 뛰어넘는 모던하면서도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로 만들려고 했다. 폴스의 합류로 드라마는 진지하면서도 동시대적인 감성을 담은 이야기로 보완되었다.
진지한 드라마 화려한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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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다]의 기본 갈등은 이집트의 라다메스 장군과 암네리스 공주, 그리고 이집트의 속국인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의 삼각관계이지만, 이외에도 문명화된 이집트와 속국인 누비아의 대립, 세대를 넘어서는 아이다와 라다메스의 사랑, 또 암네리스와 아이다 사이에는 우정과 사랑의 갈등 등 다양한 관계와 갈등이 중첩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뮤지컬 <아이다>는 아이다와 라다메스의 입장에서 본다면 사랑과 국가적인 책무 사이에서의 갈등을 다룬 극이고, 암네리스 입장에서 보자면 철부지 공주가 파라오가 되어가는 성장 드라마이다.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드라마가 읽힌다.

[아이다]는 진지한 드라마를 부각시키는 동시에 최고의 디자이너를 합류시켜 비주얼적으로 화려한 이중 전략을 펼쳤다.시카고 공연부터 의상과 무대 디자이너로 수차례 토니상을 수상했던 밥 크로울리(Bob Crowley)가 합류했다. 그는 무대와 의상의 조화를 강조하며 무대와 의상 두 분야를 본인이 직접 작업하는 보기 드문 디자이너이다. 사실적인 피라미드 세트를 구성했던 아틀란타 공연과 달리 무대는 굉장히 세련되고 현대적으로 꾸몄다. 밥 크로울리와 로버트 폴스가 이집트 문명의 자료 조사차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을 찾아간 것이 디자인에 큰 영향을 미쳤다. 작품의 처음과 끝을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시작하고 닫는 구성도 이때의 경험에 영향을 받았다.
밥 크로울리는 이집트의 강렬한 색채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렇지만 작품 속에 시대를 재현할 생각은 없었다. 관객들이 지닌 이집트의 이미지는 실제 모습이 아니라 TV나 영화를 통해 받아들인 이미지이다. 밥은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받았던 강렬한 색채를 영감으로 삼아 이집트에 대한 관념을 현대화시켜 단순하면서도 화려하게 표현하려 했다. 운명적인 연인들이 화석처럼 굳어진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온통 상아색의 모던한 건물로 꾸미고, 환상적인 분위기 속에서 신화 속의 인물이 걸어나와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도록 만들었다. 태양광이 작렬하는 이집트는 강렬한 붉은 조명으로 아프리카의 아름다운 일몰을 보여주었다. 나일강으로 물 길러오는 여인들은 마치 피라미드에 새겨진 인물이 살아나온 듯 여성성이 강조된 실루엣으로 연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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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무덤에 갇힌 두 남녀 - 제공 : (주)신시컴퍼니
강렬한 색채로 고대 이집트를 현대적으로 담아내는 한편 암네리스 공주의 수영장 장면이나 패션쇼를 방불케하는 장면은 현대적이면서도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해주었다. 수영장을 항공사진으로 내려찍은 듯한 수영장 장면은 플라잉을 이용해 수영하는 느낌이 들게 하는 등 무대만의 재미를 주었다. 그리고 암네리스의 결혼식 의상을 고르는 패션쇼 장면은 화려한 영상조명을 배경으로 실제 패션쇼 느낌을 살리면서 젊은 관객들에게 익숙한 MTV적 감성으로 담아냈다.

문명화된 이집트와 속국인 리비아의 대립은 노래뿐만 아니라 무대, 의상, 조명 등 다양한 장치들로 드러났다. ‘Another Pyramid’에서는 이집트 군인들의 군무가 펼쳐진다. 2차대전 당시 독일군을 연상시키는 반코트는 제국주의적인 느낌을 주었고, 절도 있는 남성 군무는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느낌을 준다. 이에 반해 누비아의 춤은 여성적이고 자유롭다. ‘Dance of the Robe’에서 누더기옷을 입은 누비아 백성들은 규정되지 않은 절규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본능적인 에너지를 내뿜었다. 웨인 실렌토의 안무는 열정적인 누비아인들과, 차갑고 도회적인 이집트를 대조시킨 현대무용으로 풀어냈다.

드라마는 진지하게, 비주얼은 화려하고 현대적으로 꾸민 [아이다]의 전략은 성공했고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에 도움을 받지 않고도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능력을 과시한 디즈니의 첫 성인 뮤지컬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