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컨 - 근대 경험론의 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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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컨의 삶의 대부분은 철학자라기보다는 법률가로서의 공적인 활동으로 채워졌다. 계속해서 높은 작위와 지위를 얻어가며 사회적 명성을 쌓아가던 그는 마침내 대법관의 지위까지 올라갔지만, 뇌물 수수 혐의로 탄핵을 받고 모든 공직에서 물러났는데, 그 때 그의 나이 60세가 되던 1621년이었다. 베이컨이 65세에 숨을 거두었으니까, 그가 죽기 5년 전까지 공인으로서의 삶을 살았고, 따라서 그의 삶의 대부분은 철학적 사유와 저술을 할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그렇지만 1605년 발표한 [학문의 진보], 1609년에 발표한 [고대의 지혜De Sapienta Veterum]라는 저술은 바쁜 공직 생활 중에서도, 새로운 학문의 방법론에 대한 그의 확신과 열정을 보여주기 충분하다. 그는 [학문의 진보]에서 올바른 방법으로 추구된 학문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그러한 학문은 “인간의 정신을 개선시켜주고 인격을 강하고 해주고, 국가와 시민을 고상하게 해주며, 또한 그것은 인간의 능력, 즐거움, 효용의 원천”이라고 말한다.
공직에서 물러난 후, 그는 학문의 올바른 방법론을 위한 거대한 기획을 하고, 6부로 구성되는 방대한 저술 [대개혁 Instauratio Magna]을 구상하고 집필에 들어간다. 이 거대한 기획은 과학의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철학적 토대를 제공하고자 한 것이었다. 베이컨은 지식의 탐구와 적용이 효과를 거두려면, 수많은 과학의 전문가들이 협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대개혁]의 모든 부분을 자신이 집필할 계획은 아니었고, 자신이 중요한 부분과 각 부의 머리말과 서문을 쓸 계획이었다. [대개혁]의 1부는 학문의 구분, 2부는 자연의 해석에 관한 방향을 제시하는 학문의 방법론, 3부는 우주의 현상과 철학의 토대를 위한 자연사와 실험의 역사, 4부는 자연사의 방법론과 철학의 방법론 사이의 관계에 대한 탐구인 지성의 사다리, 5부는 새로운 철학에 대한 기대, 선구자, 그리고 6부는 새로운 철학, 능동적인 철학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그 기획은 1부와 2부 외에는 완성되지 못한 채 끝나고 말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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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컨이 공직에서 물러난 후인, 그의 60대의 삶은 저술과 실험으로 채워졌다. 비록 그가 한 실험들이 현대적 관점에서 보면 자신이 비판했던 것처럼 서로 연관이 없는 무익한 것이었을지라도, 그의 연구에는 과학적 방법의 개선을 위한 그의 열정이 그대로 묻어 있다. 그는 오랜 연구 주제인 열에 대한 관심으로 냉각이 음식물 부패와 보존의 관련성을 연구하기 위해서, 아주 추운 날, 닭의 몸에 눈을 채워서 관찰하는 실험을 하다가 폐렴에 걸려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그는 철저한 과학자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과학자의 작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것도 아니었다. 따라서 그는 과학사에 남을 어떤 과학적 업적도 남기지는 못했다. 그러나 전통을 극복할 새로운 학문이 필요하다는 인식과 함께 그러한 학문의 방법과 철학적 토대를 제공하기 위한 그의 노력은 평가받을 만한 것임에 분명하다. 그는 말년에 자신의 철학적 이상을 담은 [새로운 아틀란티스]라는 책을 저술했다. 거기에서 그는 자신의 철학적 이상이 실현된 이상향으로 아틀란티스를 그리는데, 그 곳에는 “솔로몬의 집”이라는 실험 연구소가 있다. 그는 그 연구소의 목적을 “사물의 원인과 보이지 않는 운동을 밝히는 것이며 또 모든 가능한 일을 성취하기까지 인간제국의 국경을 넓히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 한 번 그의 과학적 진보에 대한 기대와 그로 인한 인간 생활의 개선을 꿈꾸는 그의 열정을 읽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과학사에서 베이컨의 위치는 그의 자연철학과 과학적 방법론에 대한 철학이 17세기와 그 이후의 과학과 철학에 미친 영향에서 찾아져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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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상
형이상학에서 일반적으로 사물의 잠재적 원리인 질료와 구별하여, 결정적 원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나 ‘형상’이란 개념은 철학자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사용되어 왔다. 플라톤은 형상을 영원한 실재로서 이데아와 같은 개념으로 사용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추상적 형상 개념을 거부하고 모든 감각 사물은 질료와 형상으로 이루어지며, 질료와 형상은 서로 결합되지 않은 채 하나만으로 존재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사물의 질료는 그 사물을 다른 사물과 구별해주는 것(thisness)이고, 사물의 형상은 그 사물의 본성(whatness)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상 개념은 그의 목적론적인 견해와 결합되어 있다. 그래서 형상에는 계층이 있고, 어떤 사물들은 다른 것보다 더 상위의 형상을 가질 수 있다. 예컨대 벽돌은 진흙보다 더 상위의 형상을 가지고 있으며, 집은 벽돌보다 더 상위의 형상을 가지고 있다. 베이컨이 말하는 형상, 자연의 형상은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형상 개념과는 달리, 자연의 보편적이고 불변적인 자연의 원리나 법칙을 뜻한다.
- 귀납법
베이컨이 말하는 귀납법과 논리학에서 말하는 귀납은 약간 다르다. 논리학에서 귀납은 근거가 주장을 개연적으로 뒷받침하는 논증이라고 정의된다. 어떤 주장에 대해서 근거를 제시할 때, 근거가 주장을 반드시 참으로 만들지는 못하는 경우, ‘귀납적’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논리학에서 귀납 논증의 종류는 여러 가지이다. 그 중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알려진 귀납적 추론이 바로 귀납적 일반화의 추론이다. 귀납적 일반화의 추론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지금까지 관찰된 X는 모두 p였다. 그러므로 모든 X는 p일 것이다.” 그러니까 베이컨이 말하는 귀납법은 일종의 귀납적 일반화의 추론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베이컨은 과학적 방법으로 실험과 관찰에서 얻은 사실로부터 일반적인 원리를 찾아야 하는데 그것을 귀납법이라고 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