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컨 - 근대 경험론의 시초 > 전해주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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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컨 - 근대 경험론의 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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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531회

본문

대부분의 역사가들은 서양의 지성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을 기독교의 등장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리고 그들은 또 기독교 등장 이후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16세기부터 시작된 근대 과학혁명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미 과학혁명에 대해서 설명하는 글에서도 언급되었듯이, 근대 과학혁명과 함께 기계론적 세계관이 등장함으로써, 당시까지 정통철학으로 받아들여지던 중세기의 스콜라 철학은 위기를 맞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17세기 근대 철학은 중세기와는 단절된 새로운 모습을 띄게 된다. 이렇게 근대를 이전 시대와 단절된 새로운 세기로 만든 근대 과학혁명에 중요한 기여를 한 철학자가 있으니, 그가 바로 영국의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1561~1626)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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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베이컨은 과학자도 아니었고, 과학의 후원자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가 과학혁명에 기여했다고 하는 것은 바로 그가 제안한 과학의 새로운 방법론 때문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모든 학문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자신이 받은 교육, 특히 케임브리지(캠브리지) 대학에서 받은 스콜라 철학과 그것에 근거한 학문은 모두 무용지물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과학적 방법을 개혁하는 것만이 모든 학문을 개선할 수 있는 길이라고 믿고, 과학의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고자 노력했다.
베이컨의 삶의 대부분은 철학자라기보다는 법률가로서의 공적인 활동으로 채워졌다. 계속해서 높은 작위와 지위를 얻어가며 사회적 명성을 쌓아가던 그는 마침내 대법관의 지위까지 올라갔지만, 뇌물 수수 혐의로 탄핵을 받고 모든 공직에서 물러났는데, 그 때 그의 나이 60세가 되던 1621년이었다. 베이컨이 65세에 숨을 거두었으니까, 그가 죽기 5년 전까지 공인으로서의 삶을 살았고, 따라서 그의 삶의 대부분은 철학적 사유와 저술을 할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그렇지만 1605년 발표한 [학문의 진보], 1609년에 발표한 [고대의 지혜De Sapienta Veterum]라는 저술은 바쁜 공직 생활 중에서도, 새로운 학문의 방법론에 대한 그의 확신과 열정을 보여주기 충분하다. 그는 [학문의 진보]에서 올바른 방법으로 추구된 학문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그러한 학문은 “인간의 정신을 개선시켜주고 인격을 강하고 해주고, 국가와 시민을 고상하게 해주며, 또한 그것은 인간의 능력, 즐거움, 효용의 원천”이라고 말한다.
공직에서 물러난 후, 그는 학문의 올바른 방법론을 위한 거대한 기획을 하고, 6부로 구성되는 방대한 저술 [대개혁 Instauratio Magna]을 구상하고 집필에 들어간다. 이 거대한 기획은 과학의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철학적 토대를 제공하고자 한 것이었다. 베이컨은 지식의 탐구와 적용이 효과를 거두려면, 수많은 과학의 전문가들이 협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대개혁]의 모든 부분을 자신이 집필할 계획은 아니었고, 자신이 중요한 부분과 각 부의 머리말과 서문을 쓸 계획이었다. [대개혁]의 1부는 학문의 구분, 2부는 자연의 해석에 관한 방향을 제시하는 학문의 방법론, 3부는 우주의 현상과 철학의 토대를 위한 자연사와 실험의 역사, 4부는 자연사의 방법론과 철학의 방법론 사이의 관계에 대한 탐구인 지성의 사다리, 5부는 새로운 철학에 대한 기대, 선구자, 그리고 6부는 새로운 철학, 능동적인 철학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그 기획은 1부와 2부 외에는 완성되지 못한 채 끝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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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아니었지만 과학의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한 프랜시스 베이컨. <출처 :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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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는 베이컨의 [대개혁]의 1부와 2부를 중심으로 그가 제시한 과학의 새로운 방법론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자. 베이컨은 과학의 방법론을 제시하기 앞서, [대개혁]의 1부에서는 학문의 분류에 대해서 장황하게 설명한다. 그리고 이 부분은 그가 1605년 발표한 [학문의 진보]를 수정, 보완하여 훗날 [De Augmentis Scientiarum]으로 발표된다. 그가 학문의 분류를 먼저 시작한 이유는 우리가 추구하는 학문이 인간의 어떤 이성적 능력과 관련이 있는가를 살펴봄으로써, 학문에 적합한 방법론을 제시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학문을 분류하는 첫 번째 기준은 신에 의해서 드러난 진리를 추구하는 학문인가, 인간의 능력에 의해서 발견되는 진리를 추구하는 학문인가이다. 두 번째 기준은 인간의 능력의 여러 가지 특징에 따라서 학문을 구분한다. 합리적인 인간 정신은 기억, 상상력, 추리라는 세 가지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에 따라 인간이 갖는 학문은 역사, 시, 철학이라고 말한다. 즉 역사는 인간의 기억이라는 능력의 산물이고, 시는 상상력, 철학은 추리 능력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자연에 관한 지식을 다루는 학문을, 자연사와 자연철학으로 구분하고, 다시 자연철학은 사변적(speculative) 학문과 조작적(operative) 학문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여기서 ‘사변적’이란, 일반적으로 이해되는 것처럼 관념적이라는 뜻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베이컨은 ‘사변적인 학문’을 관찰을 통해서 원인에 대해 탐구하는 학문이라는 뜻으로 사용하고, 그와 구별되는 ‘조작적 학문’은 사변적 학문을 통해서 얻게 된 자연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새로운 무엇인가를 생산해내는 학문, 결과를 산출하는 학문이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그래서 베이컨은 물리학과 형이상학을 사변적 학문으로, 역학 등을 조작적 학문으로 구분한다.
여기서 또 중요한 것은 베이컨이 형이상학을 전통적인 의미로 사용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올바른 형이상학은 스콜라 철학의 초월적이고 관념적인 형이상학이 아니라, 물리학과 함께 자연 현상의 원인을 밝히는 학문이어야 한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래서 물리학이 구체적인 대상으로서 세계의 피조물에 대한 탐구와, 인력이나 열과 같은 자연에 퍼져 있는 현상에 대한 탐구를 통해서 자연 현상의 원인을 탐구하는 학문이고, 형이상학은 자연의 형상2049587376_N1H2BGJg_txt_number1.gif(forms)에 관한 학문이다. 베이컨의 ‘자연의 형상’이란 자연의 배후에 있는 일반적 원리로서 항상적(constant)이고 보편적인(universal)한 자연의 법칙을 뜻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니까 물리학이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건이나 현상의 원리를 탐구한다면, 형이상학은 항상적이고 보편적인 자연의 법칙을 탐구하는 학문이라는 뜻이다. 베이컨은 “이끼를 떼거나 아직 덜 영근 곡식을 거두려고 덤비지 말고 추수의 때를 기다리라”고 경고하는데, 그 이유는 일단 올바른 공리가 발견된 후에는 그 공리는 연구를 전체적으로 이끌어가는 동시에 산발적인 열매를 맺는 것이 아니라 한꺼번에 많은 열매를 맺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연구를 전체적으로 이끌어서 풍부한 열매를 맺게 해주는 공리, 원리에 대한 탐구가 바로 형이상학이라고 할 때, 베이컨이 형이상학의 중요성을 강조한 까닭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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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혁]의 2부 작업은 그를 가장 유명하게 만든 [새로운 기관 Novum Organum]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베이컨이 자신의 저서의 제목을 그렇게 붙인 것은, 아리스토텔레스를 염두에 두었음에 분명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 저서에 붙여진 제목이 바로 [기관 Organ on]이었다. 베이컨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삼단논법을 중심으로 한 연역 논리학에 대해서 객쩍은 사설이라고 폄하하면서 새로운 학문의 방법론을 제시한다는 의미에서 “새로운 기관”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역사와 자료의 수집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궁극적으로 모든 자연현상을 포괄하는 질서 있는 공리체계를 세우는 데 사용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스콜라 철학처럼 근거 없이 일반원리를 제시하는 과거의 모든 학문이나 연역적 방법을 학문의 방법으로 소개하는 아리스토텔레스와 그의 추종자들을 비판하고, 나아가서 단순히 관계없는 사실들을 수집하고 결론을 이끌어내지는 못하는 당시의 경험철학을 비판한다. 이렇게 당시의 모든 학문과 그 방법론을 비판하고 자신의 방법론의 유용성을 설명하기 위해서 ‘거미-개미-꿀벌’의 비유를 제시한다. 즉 독단적인 추리와 관념적인 교리만을 강조하거나 연역적 사유 방식에만 머물러 있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 속에 있는 것을 풀어서 집을 짓는 거미와 같고, 유용한 결론을 제시하지 못하고 관찰과 실험의 결과만을 수집하는 과학자들은 개미와 같다. 그러나 꿀벌은 들에 핀 꽃에서 재료를 모아 자신의 힘으로 변화시키고 소화시켜서 유용한 꿀을 생산해내는 것처럼, 참된 학문은 이성의 힘에만 의존하지도 않고, 박물학(博物學)처럼 실험 사실만을 수집하여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변화시키고 소화시켜서 자연을 이해하는 힘을 얻어내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올바른 과학의 방법을 항해사의 나침반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학의 바다에서 항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과학자의 나침반은 무엇일까? 베이컨은 실험과 관찰을 통해서 확고하고 유용한 지식을 얻기 위해서 두 가지를 제시한다. 첫 번째는 기존의 편견을 제거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자연의 원리를 발견하기 위해서 귀납적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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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컨은 올바른 과학의 방법을 항해사의 나침반에 비유했다.
<출처 : NGD>

베이컨이 보기에 당시까지의 학문은 현학과 권위에 지나치게 얽매여, 학자의 자만과 인간 사고의 함정, 신비주의에 빠져 있었다. 그래서 그는 무엇보다 과거의 학문이 빠져있는 옳지 않은 전통과의 단절이 중요하다고 여겼다. 여기서 나온 것이 유명한 “마음의 우상”이라고 불리는 인간 사고의 함정에 대한 파괴이다. 베이컨 말하는 4가지 우상의 첫 번째는 종족의 우상이다. 베이컨은 18세기 경험론자들과 달리 인간은 백지상태(tabula rasa)로 태어난다고 믿지 않았다. 베이컨에 따르면, 인간의 마음은 세계에 대한 이미지를 있는 그대로 반영할 수 있는 이상적인 평면이 아니라 왜곡된 거울과 같다. 그래서 왜곡된 거울에 비친 상을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우리는 잘못된 세계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된다. 이렇게 잘못된 개념의 기원이 되는 인간 본성을 종족의 우상이라고 부르고, 이를 제거해야 할 첫 번째 우상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감정과잉이나 의지박약으로 인한 잘못된 판단, 복잡한 것보다는 단순함을 좋아하는 본성 때문에 발생하는 모든 오류들이 바로 그러한 우상의 예이다. 다음은 각 개인의 특수성 때문에 생기는 오류로 그는 이것을 동굴의 우상이라고 불렀다.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고유한 동굴, 즉 검증되지 않은 주관적인 신념이나 선입견을 가지고 있어서 객관적인 진리에 도달하는 데 방해를 받을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동굴의 우상이라는 것이다. 세 번째 우상은 시장의 우상이다. 이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실재를 충실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잘못된 단어의 조합으로 생긴 개념에 대응하는 실재가 있다고 생각하여 공론에 빠지는 것을 말한다. 끝으로 극장의 우상이 있다. 이것은 사람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당파적으로 만드는 역사적 전통이나 권위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을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체계들은 모두 무대 연극에 불과하며 사실과는 관계없이 연극으로 꾸며진 작가의 창작일 뿐”이라는 베이컨의 지적에서 알 수 있듯이, 극장 우상에 빠진 대표적인 예는 종교적 미신이나 신학이 인간의 판단에 미치는 옳지 않은 영향과 같은 것이다. 요컨대 [새로운 기관]에서 베이컨이 한 첫 번째 작업은 전통이나 선입견, 대중의 믿음을 반성없이 받아들이는 태도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선입견조차도 세상 사람들의 동의를 얻어내는 데는 충분한 힘을 지니고 있다. 사람들이 똑같이 미쳐 있을 경우에도 상호 간에 쉽게 의견 일치를 볼 수 있다.”고 비판하고, 또 “대중이 찬성하고 갈채를 보내면, 돌이켜 자기에게 오류나 과실이 없는 지를 즉시 살펴보아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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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정신이 일반적으로 갖는 오류를 드러내어 그것을 극복하는 방안을 제시한 후, 베이컨은 과학적 증명을 위한 자신의 고유한 방법으로서 귀납법2049587376_RGy2VCih_txt_number2.gif을 제안한다. 베이컨이 제안한 귀납법은 오늘날 추론의 한 형태로서 귀납의 일종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실험과 관찰을 통해서 어떤 원리와 법칙을 발견하기 위한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베이컨은 열의 성질에 관한 탐구를 예로 들어서 자신이 제안하는 귀납법을 설명한다. 먼저 우리는 열의 존재표(table of presence)와 열의 부재표(table of absence)를 만들고, 그 다음에는 조건의 변화에 따라 여러 가지 정도로 열이 발견되는 목록인 정도표(table of comparison)를 만든다. 그러한 목록에 의해서 베이컨은 열이란 중심에서 주변부로 퍼지고 위로 올라가는 성질은 지닌 운동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물론 베이컨이 예로 제시한 열에 대한 설명은 여러 가지 면에서 적절하지 않다. 그러나 그가 세 가지 목록을 만들고 그로부터 일반적인 원리를 도출해내고자 하는 시도는 후일 귀납적 추론의 기준으로 발전할 만한 것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목록을 작성하기 위해서 행하는 실험과 관찰에 대한 그의 주도면밀함이다. 그는 과학을 자연에 대한 수동적인 관찰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우리가 행해야 하는 실험은, 자연의 원리를 밝히기 위한 빛을 밝혀주는(light-bearing) 실험이어야 하고, 또 원리가 작동하여 생산적인 결과를 낼 수 있는 열매를 맺는(fruit-bearing) 실험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베이컨이 공직에서 물러난 후인, 그의 60대의 삶은 저술과 실험으로 채워졌다. 비록 그가 한 실험들이 현대적 관점에서 보면 자신이 비판했던 것처럼 서로 연관이 없는 무익한 것이었을지라도, 그의 연구에는 과학적 방법의 개선을 위한 그의 열정이 그대로 묻어 있다. 그는 오랜 연구 주제인 열에 대한 관심으로 냉각이 음식물 부패와 보존의 관련성을 연구하기 위해서, 아주 추운 날, 닭의 몸에 눈을 채워서 관찰하는 실험을 하다가 폐렴에 걸려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그는 철저한 과학자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과학자의 작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것도 아니었다. 따라서 그는 과학사에 남을 어떤 과학적 업적도 남기지는 못했다. 그러나 전통을 극복할 새로운 학문이 필요하다는 인식과 함께 그러한 학문의 방법과 철학적 토대를 제공하기 위한 그의 노력은 평가받을 만한 것임에 분명하다. 그는 말년에 자신의 철학적 이상을 담은 [새로운 아틀란티스]라는 책을 저술했다. 거기에서 그는 자신의 철학적 이상이 실현된 이상향으로 아틀란티스를 그리는데, 그 곳에는 “솔로몬의 집”이라는 실험 연구소가 있다. 그는 그 연구소의 목적을 “사물의 원인과 보이지 않는 운동을 밝히는 것이며 또 모든 가능한 일을 성취하기까지 인간제국의 국경을 넓히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 한 번 그의 과학적 진보에 대한 기대와 그로 인한 인간 생활의 개선을 꿈꾸는 그의 열정을 읽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과학사에서 베이컨의 위치는 그의 자연철학과 과학적 방법론에 대한 철학이 17세기와 그 이후의 과학과 철학에 미친 영향에서 찾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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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컨은 과학이 수동적인 관찰이 아니라 원리가 작동하여 생산적인 결과를 낼 수 있는 열매를 맺는(fruit-bearing) 실험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출처 : NGD>

  1. 형상
    형이상학에서 일반적으로 사물의 잠재적 원리인 질료와 구별하여, 결정적 원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나 ‘형상’이란 개념은 철학자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사용되어 왔다. 플라톤은 형상을 영원한 실재로서 이데아와 같은 개념으로 사용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추상적 형상 개념을 거부하고 모든 감각 사물은 질료와 형상으로 이루어지며, 질료와 형상은 서로 결합되지 않은 채 하나만으로 존재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사물의 질료는 그 사물을 다른 사물과 구별해주는 것(thisness)이고, 사물의 형상은 그 사물의 본성(whatness)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상 개념은 그의 목적론적인 견해와 결합되어 있다. 그래서 형상에는 계층이 있고, 어떤 사물들은 다른 것보다 더 상위의 형상을 가질 수 있다. 예컨대 벽돌은 진흙보다 더 상위의 형상을 가지고 있으며, 집은 벽돌보다 더 상위의 형상을 가지고 있다. 베이컨이 말하는 형상, 자연의 형상은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형상 개념과는 달리, 자연의 보편적이고 불변적인 자연의 원리나 법칙을 뜻한다.
  2. 귀납법
    베이컨이 말하는 귀납법과 논리학에서 말하는 귀납은 약간 다르다. 논리학에서 귀납은 근거가 주장을 개연적으로 뒷받침하는 논증이라고 정의된다. 어떤 주장에 대해서 근거를 제시할 때, 근거가 주장을 반드시 참으로 만들지는 못하는 경우, ‘귀납적’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논리학에서 귀납 논증의 종류는 여러 가지이다. 그 중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알려진 귀납적 추론이 바로 귀납적 일반화의 추론이다. 귀납적 일반화의 추론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지금까지 관찰된 X는 모두 p였다. 그러므로 모든 X는 p일 것이다.” 그러니까 베이컨이 말하는 귀납법은 일종의 귀납적 일반화의 추론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베이컨은 과학적 방법으로 실험과 관찰에서 얻은 사실로부터 일반적인 원리를 찾아야 하는데 그것을 귀납법이라고 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