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다음의 특색으로는 거친 음색을 들 수 있습니다. 국악에는 아주 재미있는 현상이 있는데 그것은 고운 소리를 높이 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서양의 고전 음악에서는 일반적으로 고운 음색을 좋아하는 것에 비해 국악에서는 다소 거칠고 힘 있는 소리를 높이 평가합니다. 판소리의 음색이 대표적인 것인데 명창 보고 소리가 곱다라고 하면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대신 소리가 실하다고 해야지요.
현악기 중에 가야금은 그래도 고운 소리가 납니다마는 거문고는 아주 야성적인(?) 소리를 냅니다. 거문고는 손으로 치지 않고 술대라는 작은 막대기로 내려칩니다. 그래서 현을 치는 동시에 울림통을 때리기 때문에 딱딱거리는 잡음 같은 게 납니다. 서양음악에서는 이런 일이 있을 수 없습니다. 첼로를 치는데 활을 가지고 몸체를 때릴 수 있겠습니까? 1960년대에 어떤 영국인이 한국에 와서 거문고 독주하는 것을 녹음한 모양입니다. 끝나고 나서 명인(신쾌동 명인)에게 딱딱거리는 소리가 안 나게 다시 연주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그렇게 연주를 끝낸 명인은 ‘연주한 것 같지 않다’라고 소회를 밝혔답니다. 영국인에게는 소음으로 들렸지만 국악에서는 그 잡음 같은 것도 음악의 일부였던 겁니다. 게다가 거문고를 연주할 때 왼손으로 괘 위에 놓인 줄을 벅벅 문질러대는데 이때에도 잡음 같은 것이 많이 납니다. 그러나 한국의 연주자들은 그런 것에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