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들이 쉽게 빠져드는 예속이 스피노자를 사로잡았던 주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였다. “사람들은 마치 자신들의 구원을 위한 것인 양 자신들의 예속을 위해 싸우고 한 사람의 허영을 위해 피와 목숨을 바치는 것을 수치가 아니라 최고의 영예라 믿는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아마도 사람들이 넓은 의미에서 미신에 빠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스피노자가 말하듯 대중을 통치하는 수단으로 미신보다 더 효과적인 것은 없다. 미신이란 근본적으로 우리가 약한 지성과 강한 상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생겨난다. 지성은 앎을 획득하는 능력인데, 앎이라는 것은 늘 원인에 대한 앎이다. 결과의 인식 자체는 늘 원인에 대한 인식에 의존한다. 가령 살해된 시체를 앞에 두고 살인 사건에 대해 인식한다고 해보자. 단지 시체(결과)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서 앎은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그를 왜, 어떻게 죽였는지(원인)를 알아야 우리는 참다운 인식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인과관계를 이해하는 지성이 약할 경우 상상력이 잘못된 원인을 고안해낸다. 가령 어떤 사람이 벼락에 맞아 죽었다고 하자. 벼락의 원인인 기상현상을 지성이 파악하지 못할 때 우리는 상상력을 동원해 이렇게 미신적 원인을 고안한다. ‘그는 나쁜 사람이었고, 신이 그에게 벌을 내린 것이다.’ 자연법칙이 상상력을 통해, 징벌을 내리며 복종을 강요하는 공포스러운 신의 도덕법으로 변질되는 순간이다. 어떤 타인이 이 신의 명령에 위배될 때 그는 ‘증오’의 대상이 되며, 내가 신의 명령을 위배할 경우 나는 ‘죄의식’의 대상이 된다. 예속적 법의 탄생과 더불어, 삶에 대한 긍정이 있어야 할 자리를 주어진 삶을 부정하는 두 방식인 증오와 죄의식이 차지하는 것이다.
인류 역사를 통해 이런 식으로 상상된 원인을 신에게 귀속시키는 일이 여러 종교에서 일어났다. 사람들은 공포 속에서 신을 통치자, 입법자, 왕, 자비롭고 정의로운 자로 상상하고 거기에 복종하고자 했다. 한 마디로 인간은 자기 모습대로 신을 상상하고 복종한다. 그리고 이러한 복종은 정치적 지배력과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군주가 오로지 그에게 계시된 신의 명령에 따라서만 명령을 내린다고 믿으면 사람들은 더욱 더 군주의 지배 아래 있게 될 것이다." |